[千법무 지휘권 발동 파문] 이메일·전화로 밤새 ‘의견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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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호 기자
수정 2005-10-14 00:00
입력 2005-10-14 00:00
‘수사 지휘권 발동’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는 13일 하루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검 간부들을 비롯한 일선 지검장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전화나 이메일 등을 주고 받으며 관할청의 의견을 취합하느라 분주했다.

김 총장은 이날 출근하자마자 정상명 대검차장으로 하여금 대검 검사장 7명을 비롯한 주요 간부 15명이 모두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열도록 해 간부들 의견을 들었으나 오후 5시쯤 “최종입장을 유보하고 일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짧은 말만 남겼다. 이로부터 5시간 뒤 검찰관계자는 “현재 논의되는 모든 쟁점에 대한 입장을 이르면 14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후 3시 30분쯤 대검 과장급 간부 20여명은 2시간 가량 대검 청사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총장은 지휘를 거부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평검사들은 오전 11시부터 회의를 갖고 “지휘를 거부하고 진퇴는 총장 스스로 결정하라.”는 의견을 상층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들은 명예와 자존심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면서 “검찰총장이 결정한 것을 법무부 장관이 뒤집는 것은 굴욕적이라는 강경한 의견도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검찰 수뇌부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2시간 가량의 토론 끝에 수사지휘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기울었으나 이러한 소장검사들의 입장이 전달되자 결론을 14일로 늦췄다.

반면 전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대국민 설득에 적극 나섰다. 천 장관은 이날 오전 7시30분쯤 라디오 방송에 출연,“검찰 수뇌부와 의견 조정이 안돼 수사지휘를 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앞서 김 총장과 천 장관은 12일 오후 5시쯤 30여분 동안 통화하면서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를 둘러싼 이견해소에 나섰으나 허사였다. 이에 천 장관은 법무부 실국장들을 급히 불러 모은 뒤 수사지휘권 발동의지를 피력했다. 마침내 천 장관은 오후 6시 30분쯤 검찰에 서면지휘서를 전달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자 김 총장도 이날 만찬 일정을 취소하고 정 대검차장 등 대검 간부들과 긴급대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회의를 마친 김 총장은 곧바로 귀가했고 자택으로 몰려든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려야 할 김 총장으로서는 검사의 길로 들어선 뒤 가장 긴 하루였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2005-10-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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