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픽션’ 국내서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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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녀 기자
수정 2005-09-02 00:00
입력 2005-09-02 00:00
‘미니픽션(minifiction)’이 국내에서도 새로운 문학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길어야 A4용지 한 장을 넘지 않는 초미니 소설만을 모은 미니픽션 작품집이 나왔다. 손바닥 만한 크기와 빨간색 표지가 인상적인 ‘미니픽션 vol.1’(상상)은 지난해 8월 결성된 미니픽션작가협회(회장 김의규 성공회대 교수)소속 16명의 작가들이 내놓은 첫 결실이다. 작가당 2편씩 모두 32편의 작품이 실렸지만 편당 길이가 2∼3쪽에 불과하다보니 한손에 쏙 들어올 만큼 얇고, 가볍다.

미니픽션이란

일반적인 단편소설(원고지 70∼150장)보다 훨씬 짧은 소설로, 엽편(葉篇)소설 혹은 핵편(核篇)소설로도 불린다. 미국에서는 ‘플래시 스토리(flash story)’로 통한다.20세기 후반 남미문학의 거장 보르헤스와 마르케스 등을 중심으로 시작돼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이 1986년부터 주최하는 ‘세계 최고의 미니픽션대회’를 비롯해 멕시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등지에서는 미니픽션 공모대회가 열린다. 또 아이오아대학의 국제작가프로그램은 1993년부터 특정 주제에 대해 100단어 분량의 시와 미니픽션을 모은 잡지를 격월로 출간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왜 미니픽션인가

미니픽션작가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의규 성공회대 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는 “인터넷 시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한 화면에서 편히 읽을 수 있는 짧은 글들이어서 속도를 중시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고, 음악과 영상을 가미한 멀티미디어로서의 활용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등 이종 장르간의 교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발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에 순발력있게 적응할 수 있는 문학장르라는 설명이다.

미니픽션은 1000자 내외의 짧은 글이지만 그 안에 이야기의 핵심과 인생의 통찰, 문학적 감동이 모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장르다. 김 교수는 “미니픽션의 역사는 고려시대의 설(設), 향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기승전결의 정서가 뚜렷한 민족의 특질상 한국 작가들이 잘 할 수 있는 장르”라고 말했다.

미니픽션 국내 창작현황

미니픽션작가협회는 지난해 8월 인터넷 홈페이지(www.minifiction.com)를 개설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현재 소설가, 시인, 평론가, 화가,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경력의 회원 23명이 참여하고 있다.

매월 갖는 정기모임에서 작가 한명씩을 선정해 합평회를 열고, 진지한 토론을 통해 미니픽션의 발전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 연말에는 외부 작가와 일반 독자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이번 책 발간을 계기로 외국 작가들과의 교류도 적극 추진할 예정. 또 시각디자이너들과 협력해 북아트,3D동영상, 게임 등으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5-09-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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