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공동대응?
국정원 관계자의 전언을 기초로 하면 두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임동원·신건 전 원장들은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김승규 원장은 ‘이해’를 구했다는 점도 간접적으로 공개됐다.
이의 제기의 수준은 당사자들이 함구하고 있으니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의 제기의 강도는 크지 않다. 불법 도청과 합법 도청을 구분하지 않았고, 발표 자체도 성급했다는 정도가 전직 원장 3인의 이의 제기의 내용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마약·테러 등에 대한 도·감청은 불가피한 게 아니냐.”면서 “그 정도의 도·감청을 갖고 국정원이 조직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매도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승규 원장은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밝힌 것은 아니고, 현 상황에서 국정원이 공개하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될 도·감청 의혹을 떨칠 수 없다.”면서 국정원 발표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로는 4시간 동안의 대화록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견만을 노출하고 말았는지, 모종의 의견 조율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더라도 이날 면담 자체는 집단 대응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들이 기자회견 등 ‘또다른 집단 대응’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결국 김 원장이 25일 국회 정보위에서 밝힐 ‘2차 발표’ 내용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정권 차원의 도청’ 의혹을 완전히 해소시킬지,DJ정부에 대한 ‘위로성 발표’에 그칠지 주목된다. 국정원이 내놓을 카드가 약(藥)이 될지 독(毒)이 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