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마발이/염주영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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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8-08 08:18
입력 2005-08-08 00:00
직장생활 초년 시절 주가가 많이 오르자 사람들의 관심이 주식시장으로 쏠렸다. 가는 곳마다 주가 얘기가 화젯거리가 됐다.‘누구 누구가 떼돈을 벌었다더라.’는 소문들이 나돌던 때였다. 주식투자에 도전해볼 요량으로 큰 맘 먹고 증권회사에 다니는 선배 한 분을 찾아갔다.

“지금 주식을 사면 주가가 오를까요?”라고 물었다.“그거 알면 내가 사지.” 돌아오는 대답은 싸늘했다.“근데 마발이가 주식투자를 하겠다고?” 이 한마디로 내 자존심은 깡그리 무너졌다.“시장에선 너 같은 왕초보를 ‘마발이’라고 그래.‘우수마발’이란 말 알지? 마발이들이 객장에 나타나기 시작하면 꾼들은 슬슬 던지는 거야. 객장이 마발이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붐빌 때쯤 꾼들은 다 팔아치우고 해외여행을 떠나지. 그들이 떠나면 주가는 주저앉고 마발이들은 울고 불고 난리지. 그래도 해볼 거야? 꾼들하고 붙어 이길 자신 있어.?” 그때 이후 실제로 두어 번 주식을 산 일이 있다. 역시 별 재미를 못 봤다. 그래도 전 재산을 날린 사람 얘기를 들으면 선배의 조언이 고맙게 느껴진다. 요즘 ‘마발이’들이 다시 객장에 나타난다는데, 참으로 걱정이다.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2005-08-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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