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에 벗은 간첩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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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 기자
수정 2005-07-16 10:39
입력 2005-07-16 00:00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이호원)는 15일 위장 귀순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함주명(74)씨의 재심청구 사건에서 함씨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조작간첩 사건에 대한 재심청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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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귀순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함주명(앞줄 가운데)씨와 부인 이춘자(앞줄 왼쪽)씨, 누나 함주옥(앞줄 오른쪽)씨.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위장 귀순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함주명(앞줄 가운데)씨와 부인 이춘자(앞줄 왼쪽)씨, 누나 함주옥(앞줄 오른쪽)씨.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다른 간첩사건도 재심 받아들여야”

재판부는 “1983년 함씨가 위장간첩으로 귀순했다고 자백한 내용은 당시 수사관이었던 이근안씨의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었으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함씨를 간첩으로 지목한 홍모씨의 진술도 시간이 흐르면서 엇갈리는 등 신빙성이 없다.”고 밝혔다.

아들 혼사 막히고 집안 전체가 고초 겪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찬양 혐의에 대해서는 “함씨가 고향 친구들에게 사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적은 있지만, 이를 두고 북한을 찬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함씨는 “간첩누명을 쓴 아버지 때문에 아들의 혼사길이 막히는 등 집안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이제 무죄를 선고받아 그동안의 내 말이 진실이었음을 인정받게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신규영, 이장형, 박동운씨와 1985년 구미유학단 사건의 김성만·황대건씨 등 다른 조작간첩 사건의 희생자들에 대한 재심 청구는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피해자의 누명을 벗기는 데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을 고문한 이근안씨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잘랐다.

그는 최후변론 당시 “1999년 서울지검에서 이씨와 대질신문을 했는데, 그가 미안하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장자수 간첩조작에 16년간 옥살이

1954년 남파간첩으로 내려온 함씨는 “남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왔다.”며 자수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받았다.

그는 1983년 남파되자마자 위장자수를 하고 고정간첩으로 활동해 온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수감 16년 만인 1998년 8·15 특사로 풀려났다.

이듬해 이근안씨가 함씨에게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문을 했다고 검찰에 자수하자, 함씨는 2000년 사건에 대해 재심청구를 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5-07-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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