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고급 영리병원,갈등만 키울 것/이훈 서울 노원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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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7-07 00:00
입력 2005-07-07 00:00
정부는 지난 5월13일 ‘의료서비스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고급 영리병원을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하여 비영리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병원들을 영리법인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대부분의 병원은 자본력을 가진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영리병원은 이익 극대화를 위하여 고급 의료서비스를 내걸고 값비싼 진료를 하려 할 것이고, 나아가서 민영보험사와 손을 잡고 ‘요양기관 당연지정제’폐지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하여 고급 영리병원과 이들을 묶는 민영보험으로 인하여 건강보험으로부터 이탈하고자 하는 고소득계층의 압력이 점점 드세질 것이고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던 건강보험체계는 그만큼 취약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 노원구의 예를 들면, 전체인구 62만 9000여명의 96.5%인 60만 7000여명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는데 매월 납부하는 보험료는 최고 218만 9000원과 최저 3090원으로 약 708배의 부담격차를 보이고 있다. 법적 강제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는 건강보험체계에서 매월 200만원이 넘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억울한 마음이 들 것이다. 대형 병원과 민영보험회사가 고급영리병원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는 까닭은 이들 고소득계층의 불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보험이 아무런 규제 없이 무한팽창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또다시 고급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한다면 그동안 건강보험제도를 통하여 통제되었던 의료비가 5∼7배로 급격하게 인상되어 국민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할 것이다. 영리 고급병원은 민간보험으로 운영되면서 고소득층 국민이, 그 외의 일반 서민층은 공적보험인 건강보험제도권에 적용되는 양극화 현상으로 국민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영리병원과 민영의료보험의 폐해는 세계 최대부국이라 자부하는 미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공보험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미국에서는 현재 4700만명이 높은 민영의료보험료로 인하여 무보험상태에서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미국의 서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갑자기 다치거나 중병에 걸리는 것이라 한다.

정책당국은 영리병원과 민영의료보험 비대화를 통하여 국민건강의 형평성과 효율성 제고에 성공한 사례가 어느 나라에도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여야 한다. 정책당국은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는 고급영리병원을 검토하기 앞서 보건소 등 공공의료확충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매진해야 하고, 오랜 경험을 토대로 발전한 OECD국가들의 사례를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 고급영리병원, 민간보험으로 의료산업이 활성화되고 국민건강이 더 잘 보호될 수 있었다면,OECD국가들이 우리보다 한발 앞서 그 길로 갔을 것이다. 그들이 결코 바보들이 아니란 것을 정책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훈 서울 노원구의회 의원
2005-07-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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