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풍선효과’ 확산
수정 2005-05-10 07:50
입력 2005-05-10 00:00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는 특정 지역의 거래를 규제하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곳으로 투기꾼이 몰리고 땅값이 연쇄적으로 뛴다는 부작용을 가볍게 보아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풍선효과 현상이 뚜렷한 곳은 수도권 비허가구역과 충청권 토지시장이다.
정부가 땅 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투기지역으로 묶는 등 규제를 강화하자 땅 투기꾼들이 비허가구역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연천·양평·가평 일대가 대표적인 곳이다. 눈에 드러나는 호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늘고 땅값도 뛰고 있다. 연천군은 지난해 전국 땅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던 곳으로 파주·고양지역 토지시장 투기 열풍이 그대로 옮겨 붙었다. 파주·고양지역에서는 땅을 사려면 외지인 거래가 자유롭지 못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투기꾼들이 규제가 없는 인근 연천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올 1·4분기 토지 거래량이 3127필지로 지난해 같은 기간(2255필지)보다 39% 늘었다. 가평·양평군 토지거래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증가했다.
고국환 한국개발컨설팅 사장은 “땅 투기꾼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거래 규제에 있다.”면서 “한 지역을 묶으면 인근 지역 토지 거래가 금방 늘어나고 값이 오르는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섬지방까지 확산
정부가 허가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취할수록 풍선효과는 넓게 번지고 있다. 수도권 풍선효과는 이미 강원도까지 번졌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횡성은 지난해 1분기 거래량이 1692필지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588필지로 절반 이상 늘었다. 홍천지역도 31% 증가해 수도권 땅 투기 바람이 강원도로 급속히 옮겨 붙고 있음을 보여줬다.
행정도시가 들어서는 충청권은 연기·공주지역을 중심으로 거래 규제가 까다로워지자 투기 바람이 인근 지역으로 옮겨 붙고 있다. 특히 충북 보은군은 행정도시건설을 위해 인근 청원군이 묶인 데다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리면서 다시 외지인 거래가 부쩍 늘었다. 지난해 1분기 거래량은 730필지로 잠잠했으나 올해는 1330필지로 증가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82% 증가할 정도로 시장이 과열됐다. 금산군 역시 허가구역에서 제외되면서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져 거래량이 38% 증가했다.
기업도시 지정의 기대감으로 땅값이 폭등한 전남 해남·영암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자 투기세력이 인근 지역으로 활동무대를 옮겨 진도까지 투기바람이 불고 있다.
●불법거래, 땅값 상승 부채질
편법거래도 늘고 있다. 허가구역 거래 규제가 까다로워지자 외지인들이 거래 사실을 감추기 위해 현지인의 이름을 빌리거나 친척 명의로 토지거래허가를 받아 땅을 산 뒤 그 땅에 근저당 등을 설정하는 방법이 흔히 동원된다. 투기거래 감시가 강화되면서 아직 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곳에서도 아예 처음부터 현지인 이름을 빌려 땅을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투기꾼들이 몰리면서 땅값도 폭등했다. 연천군 백학면 일대는 길가 논은 지난해 초 호가 기준으로 평당 10만∼20만원 하던 것이 최근에는 20만∼30만원으로 올랐다. 보은군 외속리면 일대 길가 관리지역 전답은 허가구역에서 풀리기 전까지는 평당 10만∼15원이면 살 수 있었으나 지금은 20만원을 넘는다. 옥천쪽으로 빠지는 길가 주변 임야는 평당 5만∼6만원을 불렀으나 지금은 10만∼15만원으로 폭등했다.
홍천·횡성 일대는 전원주택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양평군 양동·단월·청운면 일대는 관리지역 전답은 평당 15만원 정도로 지난해보다 30%정도 올랐다.
김치영 공인중개사는 “파주 지역에서 대규모 보상금이 풀렸지만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고 거래가 자유로운 연천지역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길가 주변 쓸 만한 땅은 대부분 서울 사람들이 사재기해버렸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2005-05-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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