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명 장편소설 ‘삼국유사 읽는 호텔’
수정 2005-04-15 00:00
입력 2005-04-15 00:00
작가에게 이번 소설은 단지 글쓰기 욕구를 풀기 위함이 아니다.“‘삼국유사’의 기록들은 하나 같이 빛나는 구슬로 이루어져 있는데, 꿰어 있지는 않다.”는 그는 “내가 읽은 이야기들을 꿰어 엮어서 벗님(독자)들께 선물하고 싶었다.”고 했다. 좀더 많은 독자들을 ‘깊고 넓은 귀중한 책’에 눈뜨게 하고자 짐짓 작중 주인공에게 또박또박 읽히기로 수완을 부렸다. 꾀 부릴 독자들을 단단히 붙들어매기 위함일까. 때론 기행문 같고, 또 때로는 진지한 회고담이 되기도 하는 글의 형식이 다채롭다.
낮 동안 평양 곳곳을 돌아다닌 주인공은 ‘삼국유사’의 구절구절을 다시 읽는 동안 회상에 젖기도 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교과서를 통해 접했을 ‘구지가’(龜旨歌)가 해설을 달고 등장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허황옥(許黃玉)이 인도에서 배를 타고 와서 김수로왕의 왕비가 된 이야기로 가지가 뻗어있다. 저만치 밀쳐져 눅눅해진 설화를 꺼내 쨍한 햇빛에 널어말리는 것도 작가의 묘수다.‘삼국유사’의 흔적을 더듬어 그녀 M과 옛 가야땅 김해 등을 현장답사한 추억을 불러내 아련한 감상을 덧씌우기도 한다.
소설은 이처럼 과거와 현재, 신화와 작가 개인의 기억이 혼융된 독특한 질감으로 다듬어졌다. 왜 지금 ‘삼국유사’냐고 질문할 독자를 배려해 책 속에 넌지시 답변을 질러넣어 뒀다.“그제야 나는 왜 내가 책(삼국유사)에 몰두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막힌 통로 속에서의 몸짓, 그것이 아닐까.”(68쪽) ‘구지가’의 가사(‘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를 인용하며 이렇게 은유하기도 했다.“스르르 잠이 밀려올 때 나는 노래의 구절을 조렸다. 정의여, 진실이여, 머리를 내미소서.”(69쪽)
오래 별러온 글작업의 노곤한 뒤끝이어서일까.“책이 나오고 내리 닷새 동안 술에 기대어 산다.”는 작가는 2005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 주최로 19일부터 독일 본, 쾰른 등에서 열리는 한국문학 순회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5-04-1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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