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게이트] 감사원이 밝힌 ‘유전사업’ 전모
수정 2005-04-13 07:47
입력 2005-04-13 00:00
철도청이 러시아 유전업체인 페트로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7월 전대월 하이앤드 대표와 허문석 박사의 제의에서 비롯됐다. 사업은 속전속결로 진척돼 철도청과 전·허씨 등은 같은해 7월 한국쿠르드오일(KCO)을 설립했다.
철도청이 신규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철도청 차장 주재의 심의회의를 거쳐 철도청장의 최종 결재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철도청은 정책심의회의 없이 당시 신광순 차장이 본부장급 회의에서 유전사업 참여를 결정하고, 차장 전결로 참여방침을 확정했다. 전씨 등이 지난해 8월18일 페트로사 인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출국하기까지 정책심의회의를 열 시간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신 차장과 왕영용 사업개발본부장 등은 철도청이 유전사업 참여와 관련해 지난해 8월12일 김세호 당시 철도청장에게 구두로 보고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 청장은 이를 부인했다는 것이다. 특히 관료사회의 특성상 중요한 사업을 청장에게 구두로만 보고했다는 것이 석연치 않다.
2 이광재의원 개입했나
감사원은 이 의원이 개입한 단서는 현재로서는 찾지 못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이 의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이 의원이 지난해 6월 전씨로부터 유전사업과 관련된 도움을 요청받고 지질학자인 허씨를 소개해 줬을 뿐이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오히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20일과 11월8일 신 차장, 왕 본부장, 허씨 등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자금지원을 요청받았지만 거절했다면서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감사원은 김 청장, 신 차장, 왕 본부장 등에 대한 조사에서도 이 의원이 개입했다는 진술을 받아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이 의원의 개입보다는 철도청이 전씨와 허씨의 사업설명에 속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일종의 ‘사기극’일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3 왜 사례비 주기로 했나
철도청은 지난해 7월 유전사업을 처음 제안한 전씨에게 120억원의 사례비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우리은행에서 2400만달러를 대출받으면 대출금 가운데 120억원을 전씨의 개인계좌로 주기로 한 것이다. 전씨가 120억원을 요구한 이유는 그동안 유전업체 인수사업을 추진하는 데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도청은 전씨가 썼다고 주장한 120억원의 내역은 물론 사례비를 줘야 할 필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사례비를 주기로 약속했다. 사례비 지급과 관련, 왕 본부장은 신 차장과 김 청장에게 보고했다고 감사원 조사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김 청장 등은 전씨에게 사례비를 지급하겠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 역시 감사원은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철도청이 사례금 지급에 대한 조건을 변경한 과정도 의문이다. 철도청이 지난해 9월10일 우리은행에 대출신청한 2400만달러중 620만달러만 승인돼 전씨에게 사례비를 전액 지급하지 못하자 전씨 등이 소유한 KCO 주식 12만주를 120억원에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4 석연찮은 대출과정
유전업체를 인수하려면 당연히 전문기관에 의해 자산실사가 이뤄지는 것이 순서다. 유전업체 인수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자산을 실사한 뒤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KCO는 계약금을 페트로사에 먼저 지급한 뒤 실사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KCO가 계약금을 지불하기 위해 우리은행으로부터 자금대출을 받는 과정도 아리송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8월 철도교통진흥재단의 유전개발사업권 인수에 따른 자금대출을 요청받자 조건부 여신승인을 했다. 재단이 제출한 사업성 검토자료의 신뢰성이 없어 먼저 실사부터 한 뒤 자금대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조건부 여신승인을 하고도 철도청이 3차례에 걸쳐 직접 지급방식으로의 변경을 요구하자 이를 수용했다.
2005-04-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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