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미워도 다시한번…”
수정 2005-04-04 08:45
입력 2005-04-04 00:00
판사 앞에서 이혼을 확인하기 전 상담을 받거나 혹은 상담을 받지 않으려면 1주일쯤 생각할 시간을 주는 숙려기간을 두도록 협의이혼 절차를 바꾼 결과다.2월까지는 협의이혼 신청 당일이나 다음날 이혼을 확인해 줬다.
●첫 출발 순조로운 이혼숙려제
20대 후반의 A씨 부부는 첫돌도 안된 아들까지 있는 결혼 2년차의 부부. 하지만 성격차로 신혼 초부터 티격태격하는 일이 잦았고 결국 협의이혼을 하겠다며 법원을 찾았다. 바뀐 절차에 따라 부부는 상담을 하게 됐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모자랐음을 느끼고 신청 취하에 합의했다.
결혼 12년차의 B씨 역시 남편과 성격이 맞지 않는다며 부부가 법원을 찾았다.B씨는 상담때 “무슨 대화가 필요하냐.”면서 대화를 피하던 남편 앞에서 가슴에 쌓아뒀던 말을 털어놨고 결국 남편도 자신이 잘못한 점이 있음을 인정했다.B씨 부부도 서류를 찢고 가정으로 돌아갔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B씨의 사례는 이혼을 하려는 마음보다는 남편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것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지만 새 제도가 없었다면 이혼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새 제도에도 불구하고 이혼의사가 분명한 부부들은 대부분 이혼 전 상담을 거쳐 당일이나 다음날 확인을 받는다. 상담을 받은 76쌍의 부부 중 이혼의사를 굽히지 않아 확인된 부부가 59쌍으로 83.1%에 달했다. 그러나 상담 후 5쌍의 부부가 취하서를 바로 법원에 제출했고, 다른 5쌍은 상담을 받고 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취하로 간주됐다. 또한 1주일을 기다렸다가 처리된 445건 가운데 확인기일에 출석하지 않는 부부도 70쌍이나 됐다. 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부부 양쪽이 기일에 오지 않아 취하로 간주된 이들 모두가 이혼의사를 철회했다고는 할 수 없고 생활에 쫓겨 못 온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짧은 1주일이지만 다시 한번 이혼에 대해 생각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홧김이혼 줄이는데 도움될 것”
가정법원의 다른 관계자는 “배우자의 불륜, 가정폭력 등 정말 이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상담과 숙려제도는 무의미하다.”면서도 “다만 홧김에 이혼을 하려고 한다거나 이혼을 할지말지 고민하고 있는 부부에게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댁과의 경제적 문제로 가정법원을 찾은 C씨의 사례가 그렇다. 결혼생활 1년에 1살짜리 딸을 둔 C씨는 남편과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혼수가 빌미가 됐다. 시댁에서 혼수를 문제삼을 줄 몰랐던 C씨는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말을 꺼냈고, 부인을 이해할 수 없던 남편도 협의이혼에 동의했다. 상담을 통해 그동안 부인의 힘들었던 사정을 알게 된 남편은 “앞으로는 내가 도와주겠다.”면서 이혼의사를 뒤집었고, 결국 C씨도 이혼은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
서울가정법원 김선종 수석부장판사는 “상담 등을 통해 이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거나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경우 이혼 후 친권·양육권·면접교섭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이혼 직전의 상담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부부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문화를 바꿔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05-04-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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