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껌과 낙엽/육철수 논설위원
수정 2005-03-28 07:59
입력 2005-03-28 00:00
며칠전 어느 부처의 K과장에게 안부차 전화를 걸었다. 요즘은 자리이동이 잦고 퇴직자나 퇴직대기자들이 워낙 많아 오랜만인 경우는 연락하기도 무척 조심스럽다.
“과장님, 승진할 때 지났잖아요.”
“뭘요, 천천히 가면 어때요.”
“용케 잘도 버티십니다.”
“우리는 ‘껌’이잖아요. 한번 붙으면 안 떨어지는, 허허허!”
“예?,…….”
K과장은 속이 깊고 재치가 넘치는 사람인 듯하다. 행정고시 동기들은 국장급,1급을 지나 더 높이 된 사람도 있는데, 나름대로 힘든 처지에서 그런 여유가 묻어나는 걸 보면….
그나저나 기업마다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껌’처럼 마냥 한 군데 붙어있기도 힘든 세상이다.‘껌’ 신세 싫어서 떨어져 나가면 ‘젖은 낙엽’ 처지가 기다리고 있을 테고…. 하여튼 직장에서 일 잘 하고, 아내 말 잘 듣는 게 최상의 생존법인 것 같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5-03-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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