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표준시간…사주팔자는?
수정 2005-03-24 00:00
입력 2005-03-24 00:00
물론 세계의 표준시간은 지난 1884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만국지도회의’에서 영국 그리니치천문대를 통과하는 경선을 ‘본초 자오선’으로 정한 이후 변하지 않았다. 이 때부터 본초 자오선을 중심으로 경도 1도에 4분,15도에 1시간의 시간차가 났다.
그러다가 대한제국은 1908년 우리나라가 동경 124∼132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음을 감안,127도 30분을 표준시로 제정했으나 1912년 일제에 의해 일본의 표준시인 동경 135도로 바뀌어 종전보다 30분 빨라졌다. 이어 1954년 3월21일 0시30분부터 다시 동경 127도 30분으로 환원됐다. 그러나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의 결정에 따라 8월10일부터 일본의 표준시로 다시 변경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동경 127.5도선에 태양이 남중할 때가 자연적인 시간으로는 정오에 해당하지만, 시계에서는 12시30분을 가리킨다. 이같은 차이에 대한 이유로 세계 각국이 1시간 단위로 표준시를 정하고 있다는 ‘국제적 관례’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그러나 프랑스, 인도, 이란, 중국, 호주 등은 자국 고유의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 15분 또는 30분 단위로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일제 식민지 유산의 하나라는 주장과 미군이 작전상 편의를 위해 고쳤다는 추측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 국회의원 20여명은 표준시를 되돌리려는 법률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정부가 혼란과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다.
혼란과 불편은 ‘사주팔자’를 보는 데도 빚어질 수 있다. 통계학을 바탕으로 한 역술학은 하루를 12개로 쪼개 태어난 시간에 따라 개인의 운명을 점친다. 태어난 시각이 달라지면 운명까지 상반되게 바꿔놓을 수 있다.
예컨대 자시(子時)는 자연적인 시간으로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다. 따라서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은 오후 11시32분이 지나야 자시생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1948∼1951년,1955∼1960년,1987∼1988년 등 3차례 12년간 2∼8월 또는 4∼8월에는 실제 시간보다 한시간씩 앞당긴 ‘서머타임제’가 실시돼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005-03-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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