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아 첫 소설집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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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2-18 00:00
입력 2005-02-18 00:00
이혼율 55% 시대. 현실에 눈밝은 이 땅의 작가라면 결혼제도의 모순은 어떤 시각으로든 한번쯤 깊이 고민했을 법한 글감이다.1998년 ‘작가’지에 단편 ‘미오의 나라’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성아(45)는 그런 점에서 볼 때 누구보다 시대의 현실에 민감한 작가다. 첫 단편을 발표하고 6년의 침묵을 거친 그가 창작집 ‘절정’(이룸 펴냄)을 내놓았다. 사회적 존재로서 여성의 좌표와 결혼제도를 탐색하는 펜끝이 더없이 날렵하다.

모두 9편의 단편으로 엮인 책은 여자들의 이야기로 넘쳐난다. 그 이야기들은 언제나 사회적 문제로 치환돼 소설 이상의 의미를 남긴다. 결혼제도의 모순을 고민한 많은 소설들이 가정의 울타리 언저리에서 얘기를 접었다 폈다 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번번이 결혼을 사회적 문제와 병치시키기 때문이다.

80년대 운동권의 기억이 여전히 소설의 주요소재가 되는 대목은 특히 흥미롭다. 여자는 대학시절 운동권에서 만난 남자를 잊지 못하다 결국 남편의 외도를 계기로 이혼하고(‘삿포로 공산당’), 머리깎고 절로 들어간 여자에게도 운동권에 함께 몸담았던 남자에게 버림받은 상처가 있다(‘눈꽃’).

일상과 내면으로 침잠하는 여성적 글쓰기 경향과는 저만치 거리가 있다.

화석화된 결혼제도에 대한 의문을 푸는 사이사이로 한국(인)과 일본(인)의 관계가 의미심장한 소재로 끼어들기도 한다. 한국인 여자와 일본 남자 기자와의 모호한 만남을 그린 ‘가릉빈가 우는 저녁’, 정부나 법률의 개입이 싫어 남자와의 동거를 택한 일본인 여자가 나오는 ‘미오의 나라’ 등에서다.



다분히 직설화법의 페미니즘 소설로도 읽힐 만하다. 소설가 송기원은 “작가가 필생으로 추구하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여성적 조건으로부터의 자유인지도 모른다.”고 이성아의 작품세계를 평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5-02-18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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