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워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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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2-15 06:53
입력 2005-02-15 00:00
“김정만 사장입니다. 설날을 맞아 임직원 여러분 가정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며 연휴 잘 보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지난 설 연휴때 LG산전 직원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김정만 사장의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를 받고 놀랐다.1999년 LG산전 부사장으로 취임한 뒤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정상으로 돌려 놓은 김 사장인지라 이처럼 ‘살가운’ 모습은 기대하지 못한 것. 스치기만 해도 찬바람이 불던 대기업 CEO들이 부드러워지고 있다.IMF이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위기경영’으로 조직이 어느 정도 단련됐다고 판단,‘훈풍’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다.

LG산전은 김 사장 재임동안 엘리베이터, 자동판매기, 동제련 사업을 매각하고 부채비율을 1000%에서 200%대로 낮추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자율 복장이던 본사 직원들에게 넥타이를 다시 매게 하는 등 무섭고 딱딱한 이미지가 강했다.LG산전 관계자는 “회사가 그동안의 구조조정으로 정상궤도에 올랐지만 분위기가 많이 팍팍해져 올해부터는 ‘믿음과 존중’을 기반으로 한 조직문화를 가꿔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지난달 청주 혁신학교 야간행군에 불시 참가해 교육생들을 놀라게 했던 김 사장은 앞으로 직원들과의 ‘생맥주 미팅’, 등반대회, 애프터서비스 기사들과의 간담회, 주니어보드 간담회 등 ‘스킨십’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이 달부터 2900여 직원의 결혼기념일에 일일이 축하 문자메시지도 보내고 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감사팀장을 지내 한때 ‘공포의 대상’이던 삼성SDI 김순택 사장은 “CEO는 때론 자상한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직원들을 다독거리며 꿈을 심어주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달 10일에 이어 14일에도 신입사원 특강에 나서 “나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회사를 믿고 따라와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에는 성년이 된 직원들에게 축하메시지를 담은 곰인형을 선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 LCD총괄 이상완 사장도 ‘겉보기’와 달리 다정다감한 CEO로 통한다. 이 사장은 최근 ‘중국집 주방장’으로 변신, 천안사업장 인근의 장애인 재활시설 ‘죽전원’ 원생들에게 자장면 130그릇을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설날 연휴에도 충남 탕정사업장으로 출근,3월 양산 준비에 여념이 없는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2005-02-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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