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투기 ‘고삐’ 더 죈다
수정 2004-11-15 07:48
입력 2004-11-15 00:00
최근 정부가 수렁에 빠진 주택시장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한 쪽의 거래 규제를 풀어준 것을 놓고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택거래신고제 일부 해제, 지방 도시의 투기과열지구 완화를 경기 부양책 급선회로 보는 견해다.
그러나 내년에 닥칠 규제 정책은 주택시장이 결코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주택거래를 결코 느슨하게 풀어놓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읽을 수 있다. 분양가원가연동제, 주택가격공시제도 도입, 개발이익환수제 등의 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택정책 변화를 ‘2보 규제를 위한 1보 완화’로 진단한다. 내년 주택시장이 더욱 침체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무늬’만 규제 완화, 효과 미미
최근의 규제완화 정책은 얼핏 ‘10·29대책’의 골격을 흔든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래 활성화를 통한 시장 살리기와는 거리가 멀다. 신고지역에서 풀린 서울 강동구 암사동 등 7개 동(洞)은 아파트 거래가 거의 없는 곳이다. 그린벨트·상수원보호구역 등의 이중규제를 받던 곳이라서 신고지역해제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 지역 주택시장이 무덤덤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투기과열지구 조치 일부 완화 효과도 지방에만 그쳐 파괴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물량이 늘고 주택공급 초과 현상이 나타난 지방 도시의 규제완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3주택 보유자 양도세 중과 연기검토’발언도 전체 주택시장에 파괴력을 가져오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채의 아파트를 사들여 재산을 늘리겠다는 인식이 사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매머드급 규제, 내년부터 시작
가수요가 일어날 수 있는 수도권에서는 전면적인 신고지역해제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정부도 “‘10·29대책’의 뿌리와 줄기는 결코 흔들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여기에 내년에는 건설사와 일반 수요자들을 옥죄는 정책이 추가 시행된다.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이 주택가격 공시제도다. 주택가격이 낱낱이 드러나면 이중계약서를 통한 불로소득이 차단되고 정부가 맘만 먹으면 양도차익을 모두 세원으로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4월부터 본격 시행될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역시 주택시장 냉각의 촉매제다. 특히 아파트값 급등을 주도해 온 강남 재건축 단지에 대한 투기수요를 막아 이따금 이뤄졌던 거래마저도 끊길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실시될 원가연동제와 공공택지채권입찰제는 건설사를 옥죄는 정책이다. 분양가를 턱없이 높게 책정하거나 웃돈을 받고 택지를 팔아넘기는 행위가 금지돼 힘 빠진 건설사들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 청약에는 분양가원가연동제가 적용돼 싼 값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과거처럼 단기차익을 당첨자가 고스란히 챙길 수는 없게 된다. 일정 기간 매매를 금지하거나 이익을 환수하는 규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도입도 여러 채의 아파트 소유 욕구를 억제, 수요를 누그러뜨리는데 효과 만점이다.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게는 세금을 많이 물려 가수요를 잡겠다는 정책이다.
부동산 거래가를 반드시 실거래가로 신고토록 하는 제도는 내년 7월 도입될 예정이다.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부동산을 사고팔 경우 중개업자로 하여금 실거래가를 시·군·구에 반드시 통보토록 하기 때문에 이중계약서 작성으로 양도차익을 속이는 관행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2004-11-1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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