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웰빙을 찾아서] 나주배
수정 2004-11-11 00:00
입력 2004-11-11 00:00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유도 모르고 시원한 맛에 소화도 시킬 겸 해서 먹었지만 선조들의 숨은 지혜가 숨어 있다. 배가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열린 ‘배의 효능과 체질개선 학술토론회’에서 전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양미희 교수는 “조리하면서 탄 음식에서 생기는 발암물질이 배를 먹으면 6시간 안에 오줌과 함께 몸 밖으로 나온다.”고 발표했다.
지금 시중에는 온통 수입과일 천지다. 과일 소비량이 늘면서 수입산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에 맞서 경쟁할 만한 토종 먹을거리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 가운데 내놓을 만한 대표주자로는 단연코 배가 으뜸이다. 배의 대명사는 ‘나주배’다. 나주배는 국내산 배 5개 가운데 1개꼴이다. 국내 전체 생산량의 19%를 차지한다.
올해는 나주시 3526농가가 2901㏊에서 7만 5000여t을 수확했다. 일조량이 많아 유례없는 풍작이었고 줄잡아 매출액만 1000억원이다. 올해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4000여t을 수출해 한국의 과일 맛을 알렸다.
●배는 가족건강 지킴이
배에는 나트륨·칼륨·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강알칼리성 식품이다. 그래서 갈수록 산성화되고 있는 현대인의 몸을 중성으로 변화시키는 데 안성맞춤이다.
깎아 먹어도 그만이지만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효과를 배로 누릴 수 있다. 담이나 가래·기침에는 배즙과 무즙을 섞고 생강즙을 더해서 마시면 좋다. 증상이 심하면 우유와 섞어 달여 먹으면 된다. 배는 성분상 차고 비타민 B·C가 들어있어 열을 내리는 데 좋다. 또 소화도 잘시켜 대·소변 때 쾌감도 높여준다.
또한 고기가 질기면 채로 썰어서 고기와 섞어서 재워두면 육질을 부드럽게 만든다. 또 굳이 동의보감을 들추지 않더라도 민간요법으로, 등이나 다리에 종기가 생기면 배를 얇게 썰어서 환부에 붙이면 근이 빠진다.
여기다 배나무 이파리를 말려서 달여 먹으면 토사곽란(토하고 설사하는 것)이나 배탈에 특효가 있고 껍질을 달이면 부스럼이나 옴이 올랐을 때 효과를 본다고 한다.
지금 나주에서는 배를 이용해 술이나 음료수·주스·통조림·병조림 등 가공식품이 시판되고 있다. 나주시청 한규택(52) 나주배 팀장은 “가공식품으로는 배즙이 영양가가 파괴되지 않고 마시기에도 편해 소비량이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나주배 척보면 압니다
나주배는 씹을 때 질긴 맛의 석세포 함량이 적어 부드럽고 수분이 많아 노약자들이 먹기에 편하다. 거기다 당도는 13도로 타지역 일반배보다 평균 1∼2도가 높다고 한다.
나주는 논보다 밭 값이 훨씬 더 비싼 곳으로 밭농사가 아주 발달된 곳이다. 대부분이 황토밭 구릉지인데도 사질토여서 물빠짐이 좋고 일조량이 많아 다른 과일에 비해 굵기가 큰 배를 키우기에는 최적이다. 그래서 같은 품종의 배라도 나주배는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하다. 봄이면 가지치기가 잘된 배나무 밭에서 하얗게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배꽃은 일대 장관을 이룬다.
나주배는 조선 세종 때부터 진상품목일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나주배가 최고’라는 재배농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집집마다 독특한 재배기법을 자랑한다. 나주배 농협 박석훈(43) 지도과장은 “배는 클수록 당도가 높기 마련이다. 배를 고를 때는 배 고유의 모양이 나고 때깔이 맑고 투명하며 윤기가 흐르는 게 좋은 것”이라고 요령을 설명했다.
■ 진짜 나주배 고르는 법
나주에서는 ‘가짜 나주배’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철저하게 ‘상자 실명제’를 하고 있다. 상자 겉면에 생산자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계통출하 농협 이름을 적어 현장에서 구매자가 확인토록 제도화했다. 나주시장의 ‘품질인증’마크도 뚜렷하게 찍혀 있다. 그러나 가짜 나주배는 나주배라고 적힌 상자를 사다가 ‘생산자연합회’나 ‘생산자단체’등으로 찍어 두루뭉수리 넘어가는 수법을 쓴다고 한다.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2004-11-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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