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PDP大戰 ‘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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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11-03 08:06
입력 2004-11-03 00:00
한·일 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 특허 분쟁이 다시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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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마쓰시타전기는 지난 1일 LG전자가 자사의 PDP 관련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며 도쿄 법원과 세관에 LG전자 PDP 모듈에 대한 수입금지 가처분신청 및 통관보류 신청을 냈다.1주일 정도 뒤면 통관보류 여부가 결정된다.LG전자는 즉각 맞소송을 내면서 마쓰시타 PDP TV의 국내 수입 금지를 요청하는 등 정면 대응을 선언했다.

마쓰시타는 삼성SDI,LG전자와 함께 세계 PDP업계 1위자리를 다투고 있다.PDP외에도 파나소닉,JVC, 내쇼날 브랜드로 각종 디지털 가전과 전자부품 등을 생산하며 지난해 62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글로벌 기업이다. 일본 후지쓰와 삼성SDI간 벌어졌던 특허분쟁이 타결된 지 5개월 만에 재점화된 한·일 분쟁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패권 다툼과 연계돼 있다. 일본 PDP업체들의 연이은 ‘특허시비’는 불과 3년 만에 세계 1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한국 PDP업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LG전자-마쓰시타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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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의 특허분쟁은 지난해 8월 마쓰시타가 PDP 패널의 열을 발산시키는 방열기술 등 자사특허 5건을 LG전자가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LG전자도 마쓰시타가 자사의 전극분할(화면의 속도와 선명도를 높이는 기술) 특허 등 5건을 침해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4차례에 걸쳐 크로스 라이선스(교차특허)를 전제로 협상을 벌여오다 마쓰시타의 ‘선공’으로 전쟁은 시작됐다.

LG전자는 2일 일본 법원에 수입금지청구권 부존재 확인소송을 내고 마쓰시타 한국법인(파나소닉코리아)을 상대로도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또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조사를 의뢰해 마쓰시타의 PDP TV에 대한 수입·판매 금지 및 반입배제, 폐기처분 조치를 건의했다. 나아가 전 세계에서 마쓰시타 제품의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도 제소를 검토 중이다. 정부도 일본정부에 ‘항의서신’을 보낼 방침이다.

LG전자는 마쓰시타가 자사의 특허라고 주장하는 기술은 PDP 이전에도 평판디스플레이(FPD)와 LCD업계에 이미 널리 퍼져 있던 기술이어서 특허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3월 일본특허청이 펴낸 ‘특허출원기술동향조사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표시품질 개선, 고해상도, 저소비전력화 기술에서 앞서고 마쓰시타는 동작특성 개선, 고신뢰성화, 계조표시 개선기술에서 앞서는 등 두 업체의 기술수준은 별 차이가 없었다.LG전자 함수영 특허센터장은 “현재 PDP 수출물량 중 일본세관을 통과하는 물량은 월 100대 미만으로 통관보류 조치가 내려져도 수출 및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면서 “급성장하는 한국 PDP업계를 견제하기 위해 후지쓰에 이어 마쓰시타도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업체 연이은 특허시비, 왜?

지난해 24억달러에 달했던 전 세계 PDP시장은 올해 80% 성장이 예상돼 43억달러로 커진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이 가운데 삼성SDI와 LG전자가 각각 24%,23%의 점유율로 1,2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마쓰시타가 17%, 삼성SDI와 특허분쟁을 벌였던 후지쓰와 히타치의 합작사인 FHP가 15%,NEC가 10%로 뒤를 잇는다.2002년만 해도 삼성SDI와 LG전자의 점유율은 각각 8%,12%로 마쓰시타 21%,FHP 28% 등 일본업체에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국내업체들은 공격적인 설비투자로 생산능력을 끌어 올려 단숨에 일본업체들을 추월했다. 앞으로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다만 마쓰시타는 내년이면 월 17만 5000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돼 각각 28만 5000대,25만대인 LG전자와 삼성SDI에 맞설 만한 수준이 된다.

설비투자에서 뒤처진 일본업체로서는 자신들의 강점인 특허기술로 한국업체들을 견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법정소송보다 일본업체에 유리한 ‘관세정률법’을 적절히 활용, 국산제품의 일본 수출에 제동을 거는 것이 특허료 협상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 “본때 보이겠다”

이번 분쟁은 법적분쟁이 먼저 일어난 뒤 협상으로 문제가 해결된 삼성SDI-후지쓰 경우와 달리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이 틀어진 뒤 마찰이 불거졌기 때문에 장기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LG전자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이 툭하면 특허시비를 거는데는 후발주자인 한국업체들이 그동안 특허협상에서 ‘저자세’를 보인 탓도 있다.”면서 “유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PDP 분야가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몇달 만에 기술의 흐름이 바뀌는 첨단산업인 만큼 특허소송으로 오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조기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쿄 세관의 통관보류로 격화됐던 삼성SDI와 후지쓰의 특허분쟁은 지난 6월 초 양사가 크로스 라이선스 협약을 맺으면서 4개월 만에 타결됐다.

한편 LG전자는 후지쓰와도 특허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자사의 특허를 이용한 크로스 라이선스로 분쟁을 피해가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2004-11-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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