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증오살인 충격] 잔인·치밀한 범행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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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7-19 08:33
입력 2004-07-19 00:00
희대의 살인극을 저지른 유영철(34)은 연쇄살인을 다룬 엽기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여러 면에서 흡사한 행태를 보였다.유영철은 쓰러진 피해자가 숨을 거두지 않자 둔기를 계속 머리에 내리치기도 했다.IQ 142의 높은 지능을 가진 유영철은 살인 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는 용의주도함,사전 답사로 대상을 찾는 치밀한 살인계획 등으로 강력사건의 베테랑 수사관들마저 경악하게 만들었다.간질병을 앓고 있는 유영철은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리면 스스로 발작을 유도,입에 거품을 무는 등 간질 환자임을 내세워 수사망을 피해가는 등 특유의 교활함을 발휘했다.

불심검문땐 간질발작으로 모면

유영철은 특히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살해한 11명의 여성들을 암매장하기 전 예리한 흉기로 양손의 지문을 모두 제거했다.수사 중인 인천 월미도 살인방화사건 역시 신원이 드러날 것을 우려,양 손목을 잘라 바다에 버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경찰 관계자는 인천 사건과 관련,“유영철이 ‘살해한 뒤 차에 불을 지른 것까지 좋았지만 차량 번호판을 떼지 못한 것은 지금도 아쉽다.’고 말했다.”고 혀를 찼다.

유영철은 부유층 노인을 살해하면서 미리 현장을 돌아봤다.주로 길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정원이 넓어 외부에서 집안 내부를 볼 수 없는 고소득층 동네의 100평 이상 단독주택을 골랐다.목격자가 나타날 가능성을 봉쇄한 것이다.또 가족들이 주로 외출한 점심시간 직후,오후 시간대를 이용했다.다른 가족이 있으면 함께 살해했다.

혜화동 살인사건은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일부러 곡괭이로 금고 문을 뜯어내려 한 흔적을 남겼다.유영철은 이 과정에서 손에 난 상처로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지자 경찰의 DNA 감식을 우려해 아예 불을 질렀다.구기동 사건에서는 2층에 있던 고모(35)씨를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도 숨을 거두지 않자 계속 가격해 죽음을 확인하는 잔혹함을 보였다.

명예교수 노부부를 집 안방에서 살해한 신사동 사건에서는 집에서 나온 직후 현장에 칼을 남겨둔 사실을 알고 다시 찾아가 잠긴 안방문을 발로 부수고 들어가는 대담성도 보였다.유영철은 조사관에게 “문을 부수는 과정에서 다리털이 바닥에 떨어졌는데 혹시 줍지 않았느냐.그걸 찾았으면 나를 잡았을텐데….”라며 경찰수사의 허점을 조롱하기도 했다.

추적우려, 성관계 갖지않고 살해



유영철은 추적을 피하려고 훔친 휴대전화를 번갈아 사용,여성들을 자신의 원룸으로 불렀다.정액이 검출될 것을 감안,살해한 여성들과 성관계를 갖지도 않았다.실제 성관계를 가진 여성 2∼3명은 돌려보냈다.또 여성들의 시신을 토막낸 뒤 피비린내를 감추기 위해 검정색 비닐봉지로 5∼10겹 정도 싸서 8∼9차례로 나눠 야산으로 옮겼다.땅에 묻기 전 시신이 빨리 부패하도록 비닐을 벗겨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2004-07-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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