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총장 조기퇴진 압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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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6-16 00:00
입력 2004-06-16 00:00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기강문란’ 언급이 나온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깔렸다.

검찰은 대통령의 언급이 내년 3월 말까지 임기가 보장된 송광수 검찰총장의 조기퇴진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이정수 차장 등 대검 간부들은 송 총장 집무실을 분주하게 드나들면서 숙의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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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수 검찰총장
송광수 검찰총장
당사자인 송 총장도 역대 총장,장관과 잇따라 통화하면서 의견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그는 오후 7시쯤 퇴근하면서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굳어 있었다.

전날 ‘중수부 폐지론’을 두고 “지난 1년간의 수사에 불만을 품은 측이 검찰의 힘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직격탄을 날린 송 총장 발언이 노 대통령의 반격을 예상한 것인지,예상치 못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 대검 간부는 송 총장 발언을 “(중수부 폐지를 저지하기 위한)예방차원”이라고 해석했지만 검찰 내부에서조차 “내용이 좀 과격했다.”는 평가도 있었다.송 총장이 뭔가 전해들은 얘기가 있어 다급했던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추측도 그래서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여당의 검찰에 대한 ‘전방위 압박’은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지난달 말 노 대통령이 검찰이 아닌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을 지시하고,지난 7일에는 노 대통령 최측근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의 ‘검찰 사정’ 발언이 이어진 데다 13일에는 익명의 ‘여권 고위관계자’가 언급했다며 ‘중수부 폐지’까지 거론됐다.

송 총장이 전입간부 신고식에서 원고에도 없던 문제의 “내 목을 치겠다.”는 발언을 한 것도 청와대 등 요로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듣고 결심을 굳혔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 발언이 전해진 뒤 검찰 간부들은 당연히 크게 경악했다.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검사와의 대화’때보다 더 심하다.”면서 “검찰을 너무 압박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 안팎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송 총장의 거취에 모아지고 있지만 검찰 간부들의 의견은 ‘제2의 검란(檢亂)’은 안 된다는 것이다.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 외압에 밀려 사퇴하는 사태는 검찰권 독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모아 송 총장에게 전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송 총장이 중도하차한다면 검찰로서는 최근 4명의 검찰총장이 모두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옷을 벗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2004-06-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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