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여성가장의 고단한 삶] 창업자금 대출 ‘그림의 떡’
수정 2004-03-03 00:00
입력 2004-03-03 00:00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자금은 이들에게 큰 희망이다.그러나 창업자금을 신청한 여성 가장들은 대출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여성가장을 ‘두 번 울리는 제도’라고 비난한다.
●산 넘어 산,희망이나 갖지 말 걸…
권소영(35)씨는 창업자금 1억원을 받으려다 몸도 마음도 병이 났다.이혼하고 10살 된 아들을 키우는 그는 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에서 1억원의 창업지원금을 받아 소규모 사업을 벌일 꿈에 부풀었다.“전세권 설정이 가능한 건물만 있으면 된다.”는 말에 어렵게 전세 들 건물을 구했다.
평가금액 14억원인 5층 건물의 은행 대출은 5억 2000만원,임대보증금은 1억 5500만원.이 건물에 1억원짜리 전세를 들 권씨가 대출받는 데는 별 문제가 없는 듯했다.그러나 공단은 대출을 미루면서,상가 임대등록사항 확인서 제출을 요구했다.할 수 없이 건물주를 어렵게 설득해 관할 세무서에서 기존 임대보증금 1억 5500만원 확인서를 받아 제출했지만,돌아온 대답은 대출불가였다.이유는 월세 가게의 확정일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공단 방침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지만,건물주에게 입주자들의 전세계약서까지 확인하고,월세 입주자의 확정일자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 아니냐.”고 반문했다.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아이 셋을 뒷바라지하고 있는 이옥자(48)씨는 월세인 해물탕 가게를 전세로 옮기려고,백방으로 돈을 구하다 여성가장 창업 지원금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았다.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은 잠시였고,연대보증인 2명을 세우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포기하고 말았다.
●“차라리 은행에서 대출하고 말지”
담보없는 서민층에게 은행 문턱은 턱없이 높다고 말한다.그러나 여성가장들 가운데 일부는 “차라리 은행대출이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에 ‘아낙 우리밀 과자점’을 연 최혜린(47)씨.여성가장을 위한 지원금을 받기 위해 뛰어다녔지만 결국 포기했다.
준비하라는 대로 서류를 갖춰도 추가로 요구하는 것이 많고 여성가장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귀찮아하는 듯한 담당자의 태도에 질렸기 때문이다. 최씨는 은행의 서민 전세자금대출 이율이 연 3%에 불과한데 정부의 대출이율이 5.5∼7.5%로 두 배나 높은 게 무슨 ‘지원’이냐고 따졌다.
부동산중개사 정찬덕(48·컨추리21 사장)씨는 “법인상가 지역을 제외하고 생계형 점포에 대해 전세등기를 내주는 건물주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대출을 전제로 전세등기를 요구한다면 선택적일 수밖에 없고 관행상 무리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hhj@˝
2004-03-03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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