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토종자본]소액주주운동의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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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2-24 00:00
입력 2004-02-24 00:00
‘소액주주는 더 이상 개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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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롱(왼쪽) 시티그룹 아시아·태평양 기업투자금융부문 사장과 하영구 한미은행장이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시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를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
스티브 롱(왼쪽) 시티그룹 아시아·태평양 기업투자금융부문 사장과 하영구 한미은행장이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시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를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재벌 개혁의 ‘선봉장’에서 이제는 경영진 선임과 경영권 분쟁의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이는 소액주주운동이 가져온 부수효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부작용 역시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소액주주들의 주장이 해외 투기자본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결과적으로 ‘그린 메일(경영권을 담보로 보유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행위)’이나 적대적 M&A(인수·합병)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소액주주운동의 ‘공(功)’

지난해 10월 하나로통신의 주총은 소액주주들의 ‘파워’를 느낄 만한 대표적인 경우다.외자유치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하나로통신과 LG그룹간의 경영권 분쟁은 소액주주들이 하나로통신 손을 들어줘 결국 LG그룹이 통신사업을 전면 재조정하게 만들었다.

지난 22일 열린 SK㈜의 이사회는 손길승 회장 등을 퇴진시키고 사외이사 70% 확대방안을 발표했다.이는 소버린자산운용과 주총 표대결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뿐만 아니다.SK텔레콤은 23일로 예정됐던 이사회를 돌연 연기했다.관계자는 “참여연대가 제안한 주주 제안이나 이사 선임 문제 등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소액주주운동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주총을 앞두고 거의 모든 대기업들은 소액주주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상당수 대기업들은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하는 참여연대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주총일을 SK㈜의 주총일인 12일로 정했을 정도다.

이처럼 재벌개혁을 목표로 시작한 소액주주운동은 오너의 독선을 막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데 논란의 여지가 없다.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대기업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운동이)가야 할 길이 멀다.”고 밝혔다.

소액주주운동의 ‘허(虛)’

소액주주운동이 ‘개미’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공정한 시장질서와 정당한 경영행위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순수한 의도와 달리 특정 세력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여기에 국내 기업에 대한 ‘흠집내기’로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가세한다.

정체 불명의 헤지펀드인 소버린이 소액주주들을 입맛에 맞게 활용하려는 의도는 소액주주의 순수성을 훼손하려는 대표적 케이스.또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분쟁을 둘러싸고 현대측과 KCC의 소액주주 동원은 똑같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소액주주운동의 한계론도 대두되고 있다.소액주주운동이 주주의 이익 극대화보다 재벌 개혁에 초점을 맞춘 이상 ‘중간 기착지’에 불과하다는 것.‘소액주주 이익=재벌 개혁’이라는 등식이 깨질 경우 소액주주는 경영진을 지원한다는 지적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
2004-02-24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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