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WHO총장 배출과 의료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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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1-31 00:00
입력 2003-01-31 00:00
지난 28일 WHO의 사무총장(Director General)으로 이종욱 박사가 경쟁자를 물리치고 투표로 선출됐다.우리나라 보건의료인들에게는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팀이 올린 성과에 못지 않게 감동적인 사건이다.

WHO는 1948년 국제연합의 설립목적의 하나인 인류의 건강증진을 위해 창립된 기구다.현재 국제연합 산하기구 중 가장 예산규모가 크고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는 세계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기구다.또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기 위하여 전세계에 6개 지역에 지역사무소를 두는 등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 박사는 이 기구들 전체의 수장으로서 60억 세계인구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며 질병을 퇴치하는 총 책임을 맡은 것이다.가히 ‘세계 보건의료계의 대통령’이라고 할만한 자리이다.

이 박사가 세계보건기구의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것은 우리나라의 신장된 국력을 밑바탕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그의 개인적인 능력과 우리나라 정부의 노력 등 세 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아울러 우리나라 외교의 큰 승리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 박사의 세계보건기구의 수장으로서의 선출을 하나의 승리나 축하할 이벤트로만 생각하고 넘어가기에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현실이나 정책에는 생각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다.인류 전체의 건강 문제를 책임지는 수장을 배출한 나라로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그간 보건의료 문제를 국내 문제로만 한정하여 인식해왔다.하지만 우리가 이제 인류 전체의 건강문제의 책임자를 배출한 나라로서 다른 선진국이나 마찬가지로 지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문제를 한 단계 높게 글로벌한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WHO는 인류전체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담배규제를 위한 국제조약(FCTC) 제정을 위해 지난 5년간 노력을 해오고 있다.그러나 우리 나라는 이러한 국제적인 노력에 거의 무관심해왔고 적극적인 지원에도 인색했다.국제적 지도 국가로서의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박사의 선출에 대해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에서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그러나 이제 우리는 우리보다 못한 많은 나라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전보다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 보건정책은 한마디로 질병의 진료에만 집중하고 있는 후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현재 우리 나라 보건 의료문제의 핵심 현안인 의료보험이나 의약분업,의료전달체계도 모두 이미 발생한 환자의 진료를 위한 것이며 국민의 건강증진이나 질병의 예방에는 거의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의 정책과 전략에서 환자의 진료는 우선 순위가 가장 낮고 질병의 예방과 건강증진에 가장 높은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있다.그 것은 질병의 예방이나 건강증진이 가장 효율적이고 보건의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박사의 사무총장 선출을 계기로 우리 나라도 보건의료분야에서 세계적 지도국가로서의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며 우리 나라 보건의료정책도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 일 순
2003-01-3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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