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고구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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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0-10 00:00
입력 2002-10-10 00:00
고구려 미술엔 전투적인 기상과 낙천적 삶으로 충만된 ‘풍족한’ 감정이 넘쳐 난다.지금까지 만주 집안지역이나 대동강 유역 등에서 발굴된 90여 기의 고분 벽화의 모습이 이를 전해준다.역사학자들은 “고구려 고분엔 중국과 끊임없는 갈등과 충돌을 겪은 나라답게 어느 일방의 영향을 받지 않은,나름의 긍지와 자존을 형상화한 독창성이 온전히 배어 있다.”고 말한다.사냥꾼들이 활을 쏘는 늠름한 기상이라든가,춤추며 돌아가는 남녀 모습,달리는 말과 도망치는 동물,동심이 어려 있는 산과 나무들,그 어느 것에서도 고구려인 특유의 호방함과 정서가 잘 나타나 있다.

이종호는 저서 ‘우리문화유산’에서 “자연 앞에 결코 오만하지 않았던 고구려인들은 천상의 세계를 무덤의 주인이 영위할 수 있는 궁극의 지향점이라고 여기고,위대한 고분미술을 남겼다.”고 해석했다.어느 평론가는 우리 미술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것 하나만 꼽으라면 고려 불화(佛畵)이고,하나 더 들라면 고구려 고분벽화라고 평했다.

아시안 게임이 한창인 부산에서 열린 한 ‘북한 고고학의 최신 성과’라는 세미나에서 소개된 4∼5세기 무렵 고구려 고분벽화 그림이 눈길을 끌고 있다.황해북도 연탄군에 방치된 고분의 그림을 일본 고구려학 회장 등이 발견한 것이라고 한다.

마부가 말을 끌고 있는 마자(馬子)상과 갑옷무사가 나란히 서있는 무인상 등 6점의 그림엔 1600년을 뛰어넘은 고구려인의 미감(美感)이 정겹게 다가온다.특히 마자상은 살아 숨쉬는 듯한 생동감이 전율을 느끼게 한다.넓은 이마,가늘고 긴 눈썹,약간 올라간 눈,작은 입 등이 화사한 빛깔로 다시 살아나,마치 어릴 적 절에서 만났던 동자 얼굴을 연상케 한다.조사단 관계자들은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아름다운 벽화”라고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문화계 인사들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는 남북교류 분위기를 타고,문화분야의 교류도 크게 활성화되길 기대하고있다.남북간 문화재 공동조사나 연구도 한 항목이 될 것이다.개방·개혁의 움직임 속에 북한의 지역개발이 탄력을 받으면 이같은 노력은 더욱 긴요할 것으로 보인다.묻혀져 있던 고구려인의 숨결을 가까이 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태환 논설위원
2002-10-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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