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대북정책 미아신세될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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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2-02 00:00
입력 2002-02-02 00:00
변화는 지난해 3월부터 감지됐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다.미국의 대북관이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 부시 대통령의 입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그럼에도 대북정책에 대한한 ·미 공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게 우리측의 일관된 주장이었다.여기서부터 틈새는 벌어졌다.

지난해 6월 부시 행정부가 북·미 대화재개를 위한 다섯가지 원칙을 밝혔을 때도 우리는 북한이 머지않아 협상 테이블에 나설 것을 예상했다.클린턴 행정부 시절로 되돌아가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꽉 막힌 북·미 관계에 숨통이 트일것으로 생각했다.대화 의지가 확실하다는 미국측 주장에만기댄 채 북한의 ‘특이한’ 입장은 감안하지 않았다.결국지금껏 대화는 불통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기 하루 전날 워싱턴의 고위 소식통은 “북·미간에 네가지 대화채널이 정상가동되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펼쳤다.미 언론들이 온통 북한과 이란·이라크에 대한공격설로 분분할 때 외교를총책임진 한승수 장관은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는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의 말만 되풀이했다.31일 부시 대통령이 또다시 북한의 위협을 거론하자 우리측은 심각성은 인정해도 수사적 표현으로 치부하려고 했다.

과연 그럴까.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북한을 계속 ‘악의 축’으로 몰아세우는데도 대북정책이 바뀐 게 하나도 없는 것일까.테러 근절을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희생과 대가도 치르겠다는 부시 행정부가 핵·미사일의 개발,수출을 멈추지않고 있는 북한을 다음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은 전혀 없는것일까.

테러전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은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전쟁놀음’으로 바뀌었다.대북정책은 이같은 외교정책의 한 부분이자 ‘종속변수’에 불과하다.대북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당국자의 말은 원칙론에 불과할지 모른다.미외교정책의 행간을 못보고 한·미동맹에 의존하는 안이한시각으로 미국의 대북정책만 바라보다간 한반도 정세의 미아가 될 수 있다.

[백문일 워싱턴 특파원 mip@
2002-02-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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