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만 키운 문화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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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1-08 00:00
입력 2001-11-08 00:00
■감사원, 문화재청·지자체 감사.

정부가 올해 2,725억원의 문화재 관련 예산을 집행하면서기본계획조차 세우지 않아,국가지정 보물인 강릉 오죽헌 등중요 문화재들이 심각한 훼손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지난 6월부터 한달여간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문화재 보존 및 정비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문화재의 보존·정비사업이 ‘총체적인 부실 덩어리’로 평가됐다고 7일 밝혔다.

[보존 및 관리체계 미비] 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 보존·관리·활용에 대한 기본계획은 물론 문화재 보존·관리업무집행기준이나 지침을 수립하지 않아 전국에 산재한 문화재가 훼손과 도난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또 문화재청이 국제공항과 국제여객터미널 10곳에 설치한문화재감정관실은 해외 반출이 금지된 동산문화재(9,952점),사찰유물전시관 보관 유물(4만6,660점),사찰 불화(佛畵) 유물(524점)의 현황을 파악하지 않아 해외 반출 등의 우려가있었다.

감사원의 점검 결과,95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반 동산문화재 5,665점이 도난된 것으로 밝혀졌다.

[주먹구구식 문화재 발굴·조사·보수] 문화재청은 98년 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판명된 문화재 129건 중 서울 삼전도비,인천 녹청자 도요지,김포 문수산성,강릉 오죽헌 등 39건은지금까지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고,지난해 보수비를 지급한 321개 사업(사업비 828억원) 중 123개 사업(411억원)은 불필요하게 보수비를 지급했다.

또 3만㎡ 이상의 건설사업은 반드시 지표조사를 해야 하지만 제재규정이 미흡,매장문화재가 훼손되거나 공사 중에 문화재가 발견돼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엉터리 유물관리] 국립박물관은 조선총독부로부터 인수받은 발굴유물과 63∼99년 11개 유적지에서 발굴한 유물을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정리하지 않고 있고,유물대장에도 등재하지 않아 분실 및 훼손 우려가 있었다.

서울 용산가족공원 내에 건설 중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영역별 유물전시계획이 지난 9월에야 확정돼 전시대상 유물 선정 및 유물 전시시설 제작 등 후속공사가 장기간 중단되는 등당초 계획한 2003년 12월 개관이불투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용산국립박물관은 부지 내에 있는 미군 헬기장의 헬기 이·착륙으로 인한 소음문제로 이전이 불가피한데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기홍기자 hong@.

■문화재청·중앙박물관 반응.

문화재 관리체계,발굴 등과 관련된 감사원의 평가결과에 대해 문화재청(청장 盧太燮)과 국립중앙박물관(관장 池建吉)은 “감사원 지적 사항의 대부분은 이미 파악하고 있던 것”이라며 “‘인원과 예산부족’ 때문에 실행이 지연되고 있지만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노태섭 문화재청장은 “1년에 850건이나 되는 문화재 관련사업을 기술직 30명이 맡기에는 무리여서 8건만 직접 담당하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에 보조금을 주고 위임한다”면서“사업집행 주체인 지자체가 책임감을 갖고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외반출 금지 문화재 리스트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의 필요성은 공감한다”고 말한 뒤 “3만㎡ 이상의 건설공사시 지표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기업에대한 제재조항은 ‘문화재보호법개정안’에 이미 반영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감사원이 2000년 보조금을 지원한 문화재 보수·정비 사업 중 123개 사업이 불필요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문화재를 보는 시각차이”라며 “이들 사업 대부분은문화재 주변환경을 관리·정비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문화재보호법 74조 2항의 ‘문화재 보호영향을 위해 주변 500m 이내 건설공사시 협의’ 규정에 따라 주변 미관과 환경보호도 문화재 보수·정비의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것이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 지건길 관장은 조선총독부에서 인수한 유물 및 63년부터 99년까지의 발굴유물 미등록 지적에 대해 “발굴유물 정리작업은 필요하다”며 “인원과 예산의 부족으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용산으로 옮기기 전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2001-11-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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