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기적보다 땀
기자
수정 2001-06-07 00:00
입력 2001-06-07 00:00
어느날 대흥사를 찾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마애불을 친견하게 됐다. 경탄을 금치 못하는 다산의 표정을 지켜 보던 안내자가 감동을 보태고 싶었던지 마애불에 얽힌전설을 들려 주었다. “저 마애불은 관세음보살의 신통력으로 하룻밤새 조성됐다는 설화가 있습죠.우리 불가에서는 불모(佛母·석공)의 정성이 관세음보살을 움직였다고 믿습죠”그러나 이 말을 들은 다산은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허허,석공의 땀과 정성이라면 몰라도 하룻밤 신통력으로 된 것이라면 귀할 게 없지 않소” 어떤 결과에 들어간 땀과 노력을 소중히 여긴 다산의 실학(實學)이 배척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우리 형편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김재성 논설위원
2001-06-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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