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시늉만 낸 기능대 학장공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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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8-19 00:00
입력 1999-08-19 00:00
학교법인 관계자는 그러나 몇시간 뒤 18일자 가판 신문이 나오자 부랴부랴전화를 걸어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고쳐줄 것을 요청했다.정부의 ‘밀라노 프로젝트(대구지역 섬유산업 육성방안)’에 의해 섬유패션대학으로 개편될 예정인 섬유기능대학의 학장을 우선 공채한 뒤 성과에 따라 나머지 대학장의 공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 실무자의 실수로 ‘20개 기능대학장전면 공채’로 와전됐다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실력과 의욕,비전을 갖춘명망가를 공채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느냐”고 묻자 “박사학위를 가진 외부 인사를 공채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온 내부 인사가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개 채용이 곧 백면서생(白面書生)을 뽑는다는 뜻이 아니지않느냐.실무경력이 필요하면 공채 요건에넣으면 되고,내부 인사들도 원서를 내고 당당하게 겨뤄 학장에 오르면 오히려 떳떳하지 않느냐”고 따져 묻자그는 “그렇기는 하지만 급박한 개혁은 내부 저항을 불러오지 않느냐”고 물러섰다.“섬유기능대학 학장을 공개 채용하기로 한 것도 쉽지 않았다.이제시동을 걸었으니 지켜봐달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자료 배포 및 내용 번복,기사 수정 요청 등의 과정에서 관료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 관행이 강하게 느껴졌다면 지나친 억측일까.과거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시절부터 근무해온 내부 인사가 현재 20개 학장 및 분교장 가운데14∼15개를,상급기관인 노동부 출신 전직 공무원이 나머지 자리를 차지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능대학은 지난해 대량실업사태에도 불구하고 취업대상자 2,094명 중 2,091명이 취업하는 등 96년 설립된 이후 4년째 100%에 육박하는 졸업생 취업률을 기록했다.지금도 모두 1만여명의 젊은이들이 전국 20개 기능대학,25개 직종에서 전문 기술인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학교법인 및 노동부 관료들이 ‘자리 지키기’에 연연하는 추한 모습을 보이기보다 젊은이들의 구슬땀이 보다 나은 결실을 맺도록 묵묵히,그리고 진심으로 후원하는 ‘사회의 스승’이 되길 기대한다.
<김인철 사회팀 차장>ickim@
1999-08-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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