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합리적 경제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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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5-13 00:00
입력 1999-05-13 00:00
인간의 합리성은 설정된 목표와 관련된 수단적 합리성일 뿐 인식능력 면에서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경제이론에 반영하고자 노력한 공로로 사이몬(Simon)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이같은 인식능력 면에서의 ‘제한적 합리성’으로 인해 사전적(事前的)으로 의도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결과가 현실세계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이다.

정책실패도 이러한 뜻밖의 결과의 한 예라 할 수 있다.이처럼 정책실패는제한된 합리성에 연유하지만 정책실패의 교훈은 제한된 합리성의 제약을 완화시키는 순기능을 수행한다.따라서 관건은 정책실패를 범하지 않는다기보다 정책실패에 이르게 하는 요인을 분석함으로써 유사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않는 것이다.

과거에 정책실패가 비일비재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합리적 경제계산 관행이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보자.수도권에 캠퍼스를 둔 어느 대학에서 교직원 출퇴근 버스를 운행하면서 운송효율을 높인다는 명분하에 정원 40명인 버스에 네개의 의자를 추가로 설치했다고 가정하자.물론의자를 4개 더 설치함으로써 네사람을 더 앉게 할 수 있지만 의자 간격이 좁아져 44명이모두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만약 승차인원이 40명 이하라면 돈은 돈대로 들이고 불편을 겪어야 하니,이는 자원낭비가 아닐 수 없다.이같은 낭비는의자 추가설치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합리적으로 계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이 예는 아파트단지의 ‘용적률 규제완화’에 그대로 연장될 수 있다.용적률 완화는 버스의 예처럼 아파트 주민 모두의 주거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

아파트 가격은 생산비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가 최대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을 용적률 완화에 따른 토지비용 절감분 만큼낮추지 않는 한,아파트 건설업자만 앉아서 초과이윤을 누리게 된다.결국 용적률 완화는 그 취지대로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지도 못한 채 주거의 질만 떨어뜨린 셈이다. 과거 한국사회의 시행착오는 제한된 합리성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합리적이지 못한 경제계산의 산물이었다.재벌총수가 자동차광이어서 자동차 생산에 뛰어든 예가그 전형이라 할 수 있다.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더 큰 문제는 시행착오 더 나아가 정책실패에 대한 낮은 자기교정능력이아닌가 싶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1999-05-1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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