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AL타기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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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3-20 00:00
입력 1999-03-20 00:00
항공교통의 생명은 안전이다.항공사고는 대부분 대형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육상이나 해상교통도 안전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이나 항공기의 안전이 특히 강조되는 이유이다.어떤 경우에도 안전이 최우선이어야하며 그것을 믿고 승객들이 안심하고 이용한다.

최근 대한항공(KAL) 여객기의 잇단 사고는 경계수위를 훨씬 넘어선 위험 경보이다.포항공항 착륙사고가 일어난지 3일만에 제주공항에서 또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갑작스런 돌풍때문이라고는 하지만 279명을 태운 여객기가 활주로 못미친 잔디밭을 스치고 가까스로 다시 떠 광주공항으로 회항한 것이다.엄청난 참사를 빚을 수도 있었던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포항공항 사고나 제주공황 위기가 대형참사를 면했다고 다행스럽게만 생각할 일이 결코 아니다.

대한항공의 사고가 너무 잦다.KAL기를 타기가 겁날 정도다.불과 몇해전의괌공항 참사를 벌써 까맣게 잊은듯 안전불감증이 너무 심하다.지난해 국내에서 일어난 11건의 크고 작은 항공사고중 7건이 대한항공의 사고였다.더구나대한항공은 잇단 사고로지난해 10월 6개월간의 국내선 일부 노선의 운항중지와 서울∼도쿄노선 감편운항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있는 중이다.1,500억원을 들여 운항과 정비의 대대적인 개선을 약속했고 민관합동조사팀의 종합진단까지 받았다는데도 이 모양이니 더욱 충격적이다.

사고의 대부분이 승객의 안전보다는 영리를 앞세운 무리한 운항때문이다.무리한 운항을 하다보니 조종사의 안전의식이나 기체정비는 소홀해지기 마련이고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다.포항공항 착륙사고의 경우도 조종사의 실수나정비소홀로 인한 지상감속장치의 미작동이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우리나라 항공사의 안전등급은 세계평균인 92.6에 훨씬 못미치는 73.8이며 그나마 대한항공은 72.8에 불과한 부끄러운 수준이다.

KAL의 사고가 유독 잦은 것은 오랜 독점의 타성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원인이 있다.승객의 안전이나 서비스 등에서 별다른 경쟁없이도 손쉽게 돈벌이를 할 수 있었던 독점시대는 끝난지 이미 오래다.안전보다는비용절감을 우선한 지나친 구조조정으로 조종사나 정비인력이부족한 것도사고를 부추기고 있다 하겠다.

대한항공의 근본적인 대책과 정부 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시급하다.국내공항의 시설도 개선해야 한다. 안전이 보장되지않는 불안한 비행기는 국내 승객은 물론 외국 여행객들도 타지않을 것이다.
1999-03-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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