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 늘리는 곳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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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2-03 00:00
입력 1998-12-03 00:00
국회 예산심의가 졸속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랐던 우리는 각 상임위가 예산예비 심의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에 넘긴 예산안을 보면서 실망감을 느낀다.각 상임위에서 증액되어온 예산안을 놓고 예결위 소위위원들까지 또다시 증액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뉴스는 더욱 마음을 착찹하고 답답하게 만든다.

국회 각 상임위가 조정한 새해 예산안은 정부의 당초 예산 85조7,900억원보다 무려 2조4,300억원이나 증액되어 있다.전체 16개 상임위 가운데 소관부처에 대한 새해 예산안을 삭감한 곳은 한 군데도 없으며 그나마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킨 곳은 국방위와 정보위 등 단 2곳 뿐이다.

나머지는 14개 위원회가운데 재경위는 삭감액과 증가액이 같아 순(純)증액이 유일하게 없었고 13개 위원회는 적게는 3천만원에서 많게는 8,600억원까지 예산안을 ‘풍선’처럼 부풀려 놓았다.가장 많이 예산을 늘린 건교위를 비롯해서 농림수산위,교육위,보건복지위,문화관광위 등 5개 위원회는 1,400억원에서 8,600억원까지 증액했다.

국회 각 상임위가 각 소관부처 예산을 이처럼 크게 늘린 것은 과거처럼 관련부처 로비나 지역주민 민원을 그대로 반영시킨 때문으로 보인다.일부 위원회에서는 ‘어차피 예결위 계수조정과정에서 깎일 것인데 일단 늘려 놓고 보자’는 심리도 작용했다고 한다.이런 국회예산 심의는 일반시장에서 상인과 소비자가 물건값을 흥정하는 과정에서 상인이 가격을 미리 비싸게 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자체도 결코 긴축예산은 아니다.긴축으로 짜여 졌다면 국회가 특정 사업의 시급성 등을 감안,예산안을 손질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임무이다.그러나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은 올해보다 6.2%가 늘어나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稅收)부족을 생각한다면 팽창예산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정도다.정부는 내년도 경기진작을 위해 예산규모를 늘리면서 모자라는 세입예산을 메우기 위해 13조 5,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키로 했다.

정부가 적자예산을 편성한 것은 경기침체로 인한 국내 산업기반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세수가 크게 부족해서 국채를 발행하면서까지 짠비상예산이다.국회가 과거처럼 예산안을 놓고 선심을 쓴다거나 지역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예산안이다.그러므로 국회는 오랜 관행처럼 되어 있는 ‘나눠먹기식’예산 심의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국회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의 범위내에서 경제회생과 금융기관 및 기업구조조정에 역점을 두고 예산안을 심의할 것을 당부한다.
1998-12-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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