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 호전시키려면(최택만 경제평론)
기자
수정 1997-10-16 00:00
입력 1997-10-16 00:00
국책연구기관은 물론 민간연구기관들도 경기가 완만하나마 회복세에 들어서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경제가 이미 지난 8∼9월중 지표상 저점을 통과한 이후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다시 불황에 빠져들 가능성은 크지않다고 밝혔다.KDI는 국내총생산(GDP)기준 성장률이 올해 상반기의 5.9%에서 하반기에는 6.8%로 높아져 연간 6.4%에 달하고 내년에도 연간 전체로 6.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지표와 체감경기 큰 차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6.1%로 전망하고 있다.민간경제연구소도 최근 들어 올해 경제성장률을 상향조정하고 있다.삼성은 5.8%에서 6.8%,현대는 5.9%에서 6.9%,대우는 5.5%에서 6.2%,LG는 6.2%에서 6.9%로 각각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국민과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도 영하권에 머무르고 있다.체감경기가 이처럼 나쁜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이 5.9% 증가했지만 체감성장률은 2%에 불과하다.또 기업채산성 등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국민총소득(GNI)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나쁜 것은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기업채산성 악화에 주요한 원인이 있다.지난 상반기중 수출물량은 20.6%가 증가했으나 수출단가는 16.5%나 떨어짐에 따라 물량기준으로 나타나는 경기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현상을 가중시켰다.기업의 교역조건악화로 해외에서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내수경기마저 부진,채산성이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저채산성·연쇄부도 맞물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연쇄부도사태가 잇따라 발생하자 기업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9월중 서울지역의 어음부도율은 2.9%로 지난 83년5월 이철희·장영자사건 이후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다.특히 기아사태가장기화되면서 금융권은 물론 경제계 전반에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최근 금융시장이 극도로 경색되면서 기업들은 채산성을 따질 겨를도 없이 하루 하루 생존을 위해 유동성(유동성)확보에만 전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연구기관은 현재 경기가 저점을 지나 회복국면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기회복패턴이 과거와 다른 점도 체감경기를 호전시키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과거 경제사이클은 경기가 저점을 지나 회복할때 U자모형으로 상승했으나 최근 경기회복은 L자형으로 바뀌고 있다.이는 경기가 아주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경제전문가가 아닌 기업이나 일반시민은 회복을 느끼기 어려운 경기국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감속성장형 전환도 한 몫
또 한가지 한국경제의 성장모형이 달라지고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한국경제는 그동안 압축성장을 통해 80년대말까지는 평균 9% 이상의 고도성장을 해왔다.그러나 90년대들어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즉 일본과 같이 우리 경제도 감속성장기로 접어들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성장감속은 경제가 성숙화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성장감속은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를 많이 투입해서 성장을 이끌어가는 요소투입형 성장에서 생산성과 자원배분의 효율성 제고를 중시하는 생산성주도형 성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경제가 성숙화된 선진국의 경우 조선과 철강 등 중후장대한 산업이 성장을 주도하기보다는 첨단기술과 정보·통신산업이 성장을 주도하게 된다.이런 성장패턴에서는 지표와 체감경기간 괴리현상이 발생한다.
또 우리나라 경제규모(국민총생산기준)는 세계 11위이나 국가경쟁력은 27위에 머물러 있다.이러한 경제규모와 경쟁력간의 괴리현상이 국내기업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1인당 국민소득 5천달러 정도인 칠레의 국가경쟁력이 30위에 있음을 감안할때 국민소득 1만달러에 있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너무 뒤처져있다.이는 그동안 양적위주 성장으로 인해 경제규모는 비대해졌지만 경쟁력강화에는 힘을 기울이지 않아 경제체질이 약화되어 온데 있다.
우리경제가 당면한 문제중 하나는 이같은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간의 괴리를 좁히는 일이라 생각한다.체감경기가 낮아지면 기업인의 비즈니스마인드가 떨어진다.그렇게 되면 경기회복속도가 더 완만해진다.예컨데 기업이나 시민들은 경기가 상승세를 타고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기업마인드 높여 불안해소
그러므로 정책당국과 연구기관은 거시경제지표상의 경기와 체감경기간의 괴리현상을 명료하게 분석,시민들이 두개의 경기간의 차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체감경기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최근 체감경기를 낮추고 있는 금융시장 불안을 가급적 빠른 시일안에 해소,기업마인드를 높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중기적 과제인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정부규제혁파가 명실상부하게 이뤄져야 한다.경제개혁이 일관성있게 추진되어야할 것이다.〈본사 사빈논설위원〉
1997-10-16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