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괌 합동분향소/주병철 사회부 기자(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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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8-15 00:00
입력 1997-08-15 00:00
“참 예쁘네요.귀엽게 자랐겠어요” “사위와 딸이 의사라 제가 외손녀를 키웠지요”
대한항공기가 추락한지 9일째인 14일 하오 2시 괌 퍼시픽 스타호텔 2층 합동분향소.
유족들은 영정을 어루만지며 혼잣말을 하거나 위로의 말을 나누었다.대부분 시신을 찾지 못한 유족들이었다.
딸과 사위,외손녀 등 5명을 한꺼번에 잃은 한경희씨(56)는 “무엇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니.이렇게 빨리 하늘나라로 갈 줄 알았으면 편하게나 살다 가지”라며 혼자말을 되뇌었다.
한씨는 ‘너는 내 막내딸’이라고 놀리면 ‘아니냐,나는 엄마 뱃속에서 나왔어’라며 달려들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해맑게 웃고 있는 외손녀의 영정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한씨 옆에서 영정을 정성스레 닦고 있던 김정숙씨(38)가 안쓰러운듯 위로의 말을 건넸다.“참 단란했겠어요.저는 형부와 조카 두명을 잃었는데…”
곁에 있던 최규웅씨(60)도 “시신은 다 찾았느냐”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회사에 데려다준 외동딸이 아버지 가슴에이렇게 큰 못을 박을줄 몰랐다”며 슬픔을 털어놨다.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며 달려왔던 유가족들은 “시신조차 찾을수 없는 것이 아니냐”며 애닳아 했다.
“한사람씩 시신을 찾아 떠나는 모습을 보면 시신만이라도 찾았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시신을 찾을수 있습니까” “저는 흑백으로 된 영정이 보기 싫어 컬러로 된 예쁜 사진을 다시 가져왔어요”
유족들은 저마다 가슴 저미는 아픔과 사연을 털어놨다.
“○○○씨,서울에서 전화왔습니다”
한국의 가족들로부터 시신을 찾았는지를 확인하는 전화가 왔음을 알리는 자원봉사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1997-08-1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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