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생산」 교육체제 갖추자/박성수 서울대 교수·교육학(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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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12-17 00:00
입력 1996-12-17 00:00
교육이 우리나라 경제,정치,사회,문화 등 여러분야에 걸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전통의 계승·발전이나 선진국기술의 수입·소화·발전이라고 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인간능력과 인간특성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이제까지 우리나라의 교육은 지식과 기술의 대량소비체제로 구축돼 있었다.과거에 이룩한 지적 업적은 원래의 생산지가 한국이건 외국이건 거의 무비판적으로 소비만 하는 체제내에서 이루어져 왔다.그 결과 지식의 생산자 특히 외국의 지식생산자들은 쉽게 영웅대접을 받게 되고 그들은 우상으로 섬김을 받는 지적 풍토를 조성해왔다.국내 지식생산자는 푸대접을 받고 생산의욕을 가지기 어려운 형편에 있게 된 것이다.
○외국지식인 과대평가
심지어 한국과 한국인에 관한 연구조차도 외국의 연구자들이 생산해낸 연구물을 더 중시하는 기이한 현상마저도 볼 수 있게 되었다.문제의식,정보와 자료의 수집과 분석,지식과 기술의 관리능력 등이 선진 강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되어 있다.새로운 지식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현 실정이다.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 학계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지식과 기술의 생산체제를 바로 잡아 외국의 그것보다 훌륭한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양질의 지식 생산 공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지식이나 기술의 생산과정은 학문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연구실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탁월한 지식생산자들의 일생을 살펴보면 뛰어난 문제의식과 지적 제품에 관한 감각을 아주 어려서부터 발달시키고 있는 것을 쉽사리 관찰해낼 수 있다.가정에서의 양육과정과 학교에서의 초기학습과정은 치명적 타격을 줄 수도 있고 엄청난 생산의욕의 보고가 될 수도 있다.지식을 소비하는 사회일반인의 태도 역시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다.그래서 지식생산공정을 마련하는 것은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체체제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느 하나의 작은 공정단계에서도 결함을 찾을 수 없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식생산공정을 마련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은 무척 다양하다.
첫째 가정에서 지식의 생산에 필요한 인격과 정서적 능력 그리고 지적 추론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풍부한 교양과 따뜻하고 그윽한 정서적 능력,강하고 지칠줄 모르는 추론의 능력을 기르기 위하여 끝없는 격려와 지식생산과정으로서의 가정교육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가정서도 지적감각훈련
둘째 학교교육을 지식의 생산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재구조화하고 전체적 체계를 새롭게 하는 것이 좋겠다.현재의 교수·학습의 체계에서 이러한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지각변동과 같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이러한 혁신이 지닌 혼란·고통을 완화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도를강구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그러나 교수·학습의 과정은 물론 생활지도와 학교행정 등 학교의 전체가 지식생산 중심체제로 전화돼야 하겠다.
셋째 지식의 소비시장이랄 수 있는 사회의 모든 부분은 수입 지식과 국내 생산지식을 비교하면서 국내에서 지식을 체계적이고 효용성있게 생산하는 여건을 조성하고 그러한 생산공정을 마련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어느 정도의 희생과 어려움이 있어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지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이를 고무하는 풍토의 조성이 필요하다.국내연구진에게 세계최고의 지식을 생산해낼 수 있는 용기를 길러주는 것은 사회의 풍토와 깊게 관련돼있다.
끝으로 정부는 이제 우리나라가 지식의 소비중심사회에서 생산중심사회로 도약할 수 있는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투자를 과감하게 해나가야 하겠다.초기단계에서 과잉투자라는 비난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식생산중심의 교육체계를 갖추게 될때 우리나라의 교육은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지식생산의 공정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개혁을 통해서 세계인류국가를 건설해 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힘을 합해 나아가야 하겠다.
1996-12-1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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