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관음도 선재동자상(한국인의 얼굴:78)
기자
수정 1996-09-14 00:00
입력 1996-09-14 00:00
고려시대의 수월관음도는 불화의 한 장르라 할 수 있다.그 주제는 물론 화폭 한 가운데의 관음보살이다.그런데 보살상에는 반드시 부수적 그림이 따라 붙었다.바로 선재동자 그림인데,불교에서 인격화 한 어린이가 선재동자인 것이다.
선재동자는 늘 수월관음도 왼쪽 맨아래 모서리에 자리잡았다.화폭에서 동자의 지정석은 관음보살의 눈길이 머무는 지점이기도 했다.여간한 눈설미가 아니고는 쉽사리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아주 작게 처리되었다.그러나 눈여겨 보면 작은 선재동자를 비로소 만나고,또 어린 구도자의 표정을 넉넉히 읽을 것이다.수월관음도의 묘미는 사실상 선재동자 표정에 있다.
호암미술관 소장 수월관음도(보물926호)에 나오는 선재동자의 얼굴은 해맑았다.보살을 올려다 우러러보는 동자의 눈매는 초롱초롱했다.그런데 간절한 소망이 어려있다.동자가 소망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그 대답의 근거는 「대방광불화엄경」에 기록되었다.문수보살의 권유로 구도여행에 나선 동자가 관음(관세음보살)을 만나는이야기다.그 때에 동자는 착한 길이 무엇인가,가르쳐주기를 간청했다.바로 그 장면이 수월관음도속의 선재동자다.
선재동자는 우선 머리의 골간이 잘 생겼다.뒤통수가 유난히 튀어나온 장구머리이기는 하나 천도복숭아 같은 머리통이다.그리고 작으면서도 도톰한 진홍빛깔 입술이 어여쁘게 오뚝한 코와 어울려 얼굴은 더욱 귀엽다.그러나 구하는 바가 너무 크고 간절한 모양이다.마치 턱을 고이 듯 높게 합장한 앙징스러운 손에서 동자의 마음이 엿보이는 것이다.그리 숱이 실하지 않은 짧은 머리를 누가 따주었는지,붉은 댕기를 드렸다.
「화엄경」 기록의 선재동자는 복성땅에 사는 사람이 낳은 5백명 아들중에 하나로 되어있다.선재라는 이름은 마침 복성에 왔던 문수보살이 지어주었다고 한다.아이 하나가 태어날때 값진 재보가 쏟아져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지어준 이름이라는 것이다.지금도 중국사람들이 경영하는 음식점을 가면 복스럽게 잘 생긴 옥동자 무리를 그린 액자가 더러 걸려있다.선재동자와 무관치 않은 요새 그림이다.
그림 왼쪽 아래 모서리에선재동자가 있는 수월관음도는 당나라 화가 주방이 처음으로 그렸다.이는 「역대명화기」에 나온다.그러나 고려불화가 중국의 수월관음도를 그대로 모방한 것은 아니다.더구나 불·보살의 모델은 고려사람들이었을 것이다.호암미술관 소장 수월관음도 역시 뛰어난 고려불화로 치밀한 구성과 유려한 필선,은은하면서도 화려한 색감이 돋보였다.14세기 작품으로 여길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황규호 기자>
1996-09-14 1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