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북 수해」 구호 싸고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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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9-14 00:00
입력 1995-09-14 00:00
◎북 요청없고 국민 반북한 정서 부담/유엔 구호활동 동참… 현물지원 검토

북한이 사상 최대의 물난리 후유증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대북 수재지원문제에 대해 어떤식으로 단안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 올 7,8월에 들이닥친 집중호우로 인한 북한의 피해상황은 예상 이상으로 심각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인도적지원국(DHA)등 유엔기구들은 12일 북한의 수재현장에 대한 현지조사 결과 발표에서 수해피해지역이 북한전역의 75%에 이른다고 보고 했다.

이들 기구는 특히 겨울이 오기전에 구호의 손길이 미치지 않으면 더큰 재앙이 예상되는 이재민만 해도 50만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최근 북한의 참상을 전하고 있다.우선 급한 불을 끄는 데도 식량·의약품·옷가지 등 최소한 1천5백만달러어치의 물자가 필요하다는 보고였다.

그러나 아직 국제사회의 지원규모는 수요에 비해 턱 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다.유엔개발계획(UNDP) 5만달러,DHA 5만달러,노르웨이 10만달러,미국 2만5천달러등 통틀어도 수십만달러 규모에 불과하다.이쯤이면 우리 정부로서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대북 수해복구지원에 나설 수만도 없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지난번 대북 쌀지원 과정에서 북한에 의해 저질러진 인공기 강제게양,삼선비너스호 억류사건 등으로 악화된 국민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심 대북 수해복구지원의 불가피성을 인식하면서도 지원 시기와 규모 및 방식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로선 북한당국이 진솔한 자세로 SOS를 보내오기만 한다면 상당한 규모의 지원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나웅배통일부총리등 당국자들은 몇차례 이같은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유엔기구나 제3국에는 손을 벌리면서도 정작 우리측에는 아무런 구호요청을 않고 있다.북한당국의 체면 때문에라도 당국간 수해지원은 현실성이 적은 셈이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유엔회원국으로서 유엔기구들의 대북 구호에 동참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국제기구의 요청을 전제로 해서다.하지만 이 또한 일반적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의약품과 의류등 소규모의 현물지원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준공식채널인 남북간 적십자사 채널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하지만 이 또한 북한당국의 직간접 요청이 사실상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북경의 제3차 남북당국자 회담이 주목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이 회담에서 북측이 대규모 대북 구호문제에 있어서도 어차피 동족인 우리측이 「큰손」구실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한다면 대북 수해지원은 급진전 될 전망이다.<구본영 기자>
1995-09-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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