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독부 철거」와 일의 뻔뻔함/이도운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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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8-08 00:00
입력 1995-08-08 00:00
최근 일본의 언론이 큰 관심을 보이는 사안 가운데 하나가 이웃나라인 한국의 광복절 기념행사다.그중에서도 일제가 조선을 식민통치하던 시절 총독부로 사용했던 현 중앙박물관을 철거하는 「행사」에 대해 유독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일본 언론들은 구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관련기사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고 특히 철거에 반대하는 한국야당이나 사회단체·일부언론의 주장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옛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에 대해 우리 내부에도 약간의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건축사적으로 중요한 건물이다』『철거에 돈이 많이 든다』『여론수렴이 충분치 못했다』『삼풍백화점 무너진지 얼마안되는데,또 철거라니…』라는 등의 반대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를 그처럼 근시안적이고,미시적인 차원에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 중론인 것 같다.

철거가 『단군이래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표현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치더라고 옛 총독부 건물을 철거하고 경복궁을 복원함으로써 민족의 정기를 되살리는 좌표로 삼자는 뜻은 더할 수 없이 소중한 것이다.

일본측은 최근 우리내부에 약간의 의견이 엇갈리는 틈을 비집고 들어와 철거가 양국민의 감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비공식으로 우리측에 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물론 우리의 국내문제이기 때문에 비공식적인 입장 표명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지만,일본 정부가 그런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려할만한 일이다.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을 만들어보자고 양국정부가 아무리 외쳐도,우리국민이 일본을 멀게만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이 진정으로 과거의 만행에 대해 반성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죄도 회피하기 때문이다.그런 상황에서 우리민족에 대한 탄압의 본산이었던 일본의 총독부 건물 철거에 그토록 아쉬움을 보이는 것 자체가 매우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올해 광복 50주년,수교 30주년이라는 역사적 시점에서,왜 양국이 공동으로 아무런 기념행사조차 할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지를 먼저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오는 15일 분명히 조선총독부의 철거는 시작될 것이다.일본은 그날 과거의 망상이 허물어지는 것을 바라보며,진정으로 과거사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1995-08-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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