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충격… 방화붐에 “찬물”/톱스타 박중훈 구속의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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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0-08 00:00
입력 1994-10-08 00:00
◎「투캅스」·「게임의 법칙」등 출연작마다 빅히트/“관객동원 보증수표 부도” 주연구하기 난감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배우로 꼽히는 박중훈이 「대마초 상습복용」혐의로 7일 전격 구속되자 영화계에 비상이 걸렸다.

소식을 접한 영화계 인사들은 또다시「대마초사건」이 터진데 대해 『박중훈같은 일급배우가 직업윤리를 망각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개탄하면서 「대마초 파동」이 영화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중훈이 배우로서 갖는 비중을 감안,한국영화가 한참 활성화하는 시기에 그가 구속됨에 따라 모처럼의 기회가 무산되지 않을까 안타까워 하고 있다.

흥행을 보장하는 인기여배우가 드문 현재의 영화계에서 박중훈은 관객동원을 확실하게 담보하는 「보증수표」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와 안성기가 공동주연한 「투 캅스」는 8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지난해 「서편제」가 점화한 방화 붐을 이어주었다.이어 지난 추석대목에 「태백산맥」과 함께 내걸린 「게임의 법칙」에서도 주연을 맡아 20여일만에서울에서 10만관객의 동원을 눈앞에 둔 놀라운 인기를 과시했다.

「태백산맥」이 원작·화제성·임권택감독의 유명도등 흥행요소를 두루 갖춘데 비해 「게임의 법칙」은 그가 주연이라는 사실말고는 두드러진 점이 없어,흥행성공이 오로지 박중훈 개인의 연기력과 인기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게 영화계의 분석이었다.

따라서 박중훈·안성기등 몇몇 대형스타의 개인적 인기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한국 영화계로서는 흥행 구조에서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리는 손실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또 「투 캅스」의 강우석감독이 박중훈을 주연삼아 촬영중인 「마누라죽이기」가 제작중단 사태에 놓인 것을 비롯 그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많은 영화가 제작에 차질을 빚게 됐다.

게다가 「인기스타」의 추악한 사생활이 알려지면서 팬들이 한국영화에 등을 돌리지나 않을지 하는 것도 영화인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영화계의 한 인사는 『평소 영화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깊어 TV등 다른 매체에의 출연을 자제하던 박중훈이 다시 스크린에 등장할 수 없게 된 것은개인의 불행에 앞서 한국 영화계의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화계 일부에서는 「지존파사건」으로 폭력·외설 영화에 대한 지탄이 최고조에 달한데다 한국영화를 대표할만한 배우의 「대마초사건」이 터진만큼 영화계도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자정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나오고 있다.<이용원기자>

◎박중훈은 누구/85년 「깜보」로 데뷔… 뉴욕대 연기학 석사 출신

64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중훈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재학중인 85년 이황림감독의 「깜보」에서 건달제비역으로 데뷔했다.이후 「칠수와 만수」「우묵배미의 사랑」「그들도 우리처럼」 등 작품성 있는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의 미래를 걸머질 재목으로 성장했다.

터프한 마스크에 개성있는 연기로 한국영화계의 간판스타가 된 그는 91년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태 영화제에서 「나의 사랑 나의 신부」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를 굳혔다.

영화배우로는 유일하게 지난 92년 뉴욕대 예술대학원에서 연기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귀국 후 강우석감독의 「투캅스」로 화려하게 스크린에 복귀해 이 영화로 올해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번 사건으로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게됐다.그는 지난 6월 재일동포 윤순양과 결혼했다.<함혜리기자>
1994-10-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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