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지도해준 은사/송혜진(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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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5-11 00:00
입력 1994-05-11 00:00
어떻게 국악을 전공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집안 내력이라든가,우연히 본 국악공연에 마음을 빼앗겼노라는 좀 더 그럴듯한 배경을 갖지 못한 탓에 그런 질문이 때론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나의 국악입문기를 얘기하자면 고등학교때 음악선생님이셨던 이지형 선생님을 빼 놓을수 없다.이 선생님은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다른 학교로부터 부임하셔서 음악반 활동을 아주 적극적으로 이끄셨다.당시 30대 중반이셨던 이선생님은 수려한 외모와 재치있는 언변으로 전교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시던터라 음악반은 어느 특활반보다 인기가 높았다.나도 그전의 음악경험을 살린다는 명분과,인기 있는 선생님께 공식적(?)으로라도 가까이 가고 싶은 속마음에 주저없이 합창반에 지원하였다.그랬는데 선생님께서는 학교행사를 준비하시면서 음악실 한쪽에 방치되다시피한 가야금을 활용하자는 안을 내셨다.나는 생전처음 보는 가야금이었지만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호기심에다,이 기회에 선생님의 관심을 더 끌어보려는 생각에서 선뜻 자원하였다.

이것이 내가 가야금과 맺은 첫인연이었다.처음엔 「조금 하다 말겠지」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그런데 웬일인지 함께 가야금을 시작한 친구들은 이 선생님의 은근한 격려에 힘입어 대단한 열성을 보였다.나 역시 남에게 질세라 더 열을 올렸고 워낙 국악인구가 적었던 탓에 1년쯤 배우고 나니 지방의 경연대회 나가 상도 탈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께서는 국악전공도 아니었지만 내게 아주 조금있던 가능성을 보시고는 특별한 방법으로 국악의 세계로 안내해주셨던 것 같다.선생님께서는 꼭 무엇을 해야한다는 강요가 아니라 자신감을 주는 방법과 은근한 권유로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국악의 세계에 편안히 발을 딛게 도와주셨다.

물론 가야금이 국악의 전부인 줄 알고 국악과에 들어간 나는 어럴때부터 국악의 세계에서 살아온 친구들에게 턱도 없이 뒤진다는 것을 알고 「내가 어쩌다 이 어려운 국악을 하게되었나」하는 고민에 빠진적도 있었다.그러나 그때마다 은근한 가르침으로 부족한 제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시던 선생님을 생각하며 그 모자람을 보충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웬만해선 눈에 띄지도 못했을 미미한 「싹쑤」를 큰 격려로 키워주신 선생님께 스승의 날을 앞두고 감사의 마음을 기린다.<국악원 학예연구사·음악평론가>
1994-05-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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