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보안법(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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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3-03 00:00
입력 1994-03-03 00:00
유신정권때 한미간의 최대현안은 인권문제였다.긴급조치,김영삼야당총재의 국회의원제명,민주인사에 대한 고문 탄압….한미관계는 남북대치 못지않은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하다.미국무성의 성명하나에 내정간섭이다,사대주의다하는 일희일비로 국내정국이 들끓기가 예사였다.

그에 비하면 어제 보도된 미국무성의 부차관보가 했다는 말에 대한 국내반응은 퍽 시들하다.대꾸하는 것도 싱겁지만 따지고 보면 썩 기분이 좋지도않다.이 사람은 한국의 민주주의의 성공적 정착과 인권신장을 평가하면서 「그렇기 때문에」국가보안법의 폐기를 희망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범세계적인 인권문제해결노력에 동참하는 것이 문민정부의 신외교노선이고 보면 인권신장은 우리정부의 외교과제이기도 하다.미국무성 인권보고서가 지적한대로 15만명의 정치범과 그가족의 수용,12개소의 수용시설유지등 지구상에서 인권탄압이 심한 나라인 북한의 인권문제도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사람은 무언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보안법은 우리안보에 명백한 위협을 주는 실체로 북한이 존재하는한 국가안보체계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합의라는 사실이다.독재권력의 안보수단으로 보안법을 보는 구시대적 시각이 사라진 지금 이같은 언급은 우리 국민의 선택을 우습게 보는 낡은 발상이다.

더구나 북한핵문제로 미묘한 시기에 불쑥 그런 얘기를 던져 한미간에 이 문제가 무슨 화젯거리라도 되는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사려깊은 자세도 아니다.개인적인 사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정부관리로서는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때를 가려서 쓸데있는 말을 하는 분별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관리의 일탈은 그렇다하고 이에대한 우리 야당대변인의 반응도 졸작이다.야당이 보안법을 손질하자는 것과 미국관리의 말을 기다렸다는듯이 환영한다고 하는 것은 별개문제다.그런 자세야말로 사대주의적이다.좀 어른스러운 모양을 보일수는 없는지.야당대변인이 미국관리의 대변인은 아니지 않는가.
1994-03-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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