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속셈과 향후대응 분석
수정 1993-06-06 00:00
입력 1993-06-06 00:00
이번 미·북 고위급접촉의 성과라면 북한의 속셈을 웬만큼 파악해낼 수 있었던 정도다.북한은 1차보다 2차 회담에서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이 최소한의 요구를 내세우면서 많은 「당근」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잔류를 시사하는 어떤 제스처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의도는 첫 접촉에서 너무 쉽게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것처럼 보인다.버틸 때까지 버텨보자는 심산이다.또 버티기가 한계에 이르더라도 NPT잔류를 택하기보다는 탈퇴선언의 시점을 3월12일이 아닌 「오늘」로 변경하는 시간연장책을 쓸 가능성이 있다.이 경우 북한은 또다시 3개월의 시간을 벌게 된다.
즉 북한은 잔류도 탈퇴도 아닌 애매모호한 형태로 상황을 전개시킴으로써 탈퇴선언을 철회하지 않고 안보리의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는 것이다.이 경우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계속 다룰 수 있는 근거가 생기므로 북한측의 중요한 양보로 간주할 수도 있다.
북한은 끝까지 양보의사를 밝히지 않고 남북한 당사자간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안보리의 제재를 어렵게 만들자는 것이다.한국과 대화를 하고 있으므로 안보리는 나서지 말라는 식이다.안보리는 이 문제를 취급할 권한이 없다고 우겨댈 수도 있다.<문호영기자>
▷전문가들의 전망◁
▲유석렬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북한이 지금까지 미·북한 접촉에서 NPT복귀를 거론조차 않으려 하는 등 강경입장을 보인 것은 핵문제뿐만 아니라 수교나 관계개선문제 등을 일괄타결하겠다는 협상전략일 수도 있다.그러나 12일 이전에 일단 NPT에 복귀해 유엔안보리의 제재조치를 피한 채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특별사찰문제등으로 시간을 끌면서 미국의 추가 양보를 유도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박영규민족통일연구원 정책실장=12일 이전에 미·북한 고위급접촉이 한차례 더 이뤄질 것이고,이 경우 일단 NPT에 복귀한 뒤 미국과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그 이후 북한은 IAEA 특별사찰 카드로 팀스피리트 영구중지,주한미군기지 사찰,미국의핵선제불사용 등이나 다른 실리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철민족통일연구원 연구원=북한이 유엔경제제재조치 결의를 감수하면서까지 12일 이전에 NPT에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이 경우 북한은 실제 경제제재에 들어가기 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 남북간의 특사회담을 통해 국제적 시선을 피하는 전술을 구사할 공산이 크다.<구본영기자>
1993-06-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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