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등용정책 제도화돼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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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4-21 00:00
입력 1993-04-21 00:00
한국여성개발원이 개원 10주년을 맞았다.여성문제를 조사·연구하고 여성의 능력개발을 위한 교육훈련 및 여성활동 지원을 맡아온 여성개발원은 국내 유일의 여성정책 전문연구기관이다.「여성발전기본계획」수립,「여성백서」발간등 지난 10년동안 기초연구와 정책연구를 수행하면서 한국여성운동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여성개발원의 오늘의 모습은 여성지위향상을 바라는 이들에게 착잡함을 안겨준다.물론 여성지위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높다.여성정책이 황무지와 다를바 없었던 지난 83년 여성개발원 설립 당시에 비하면 지금의 여성정책은 「여성특혜」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화려하다.헌정사상 유례없는 여성장관 3인시대를 맞고 있으며 대통령 직속의 「여성정책특별위원회」가 곧 구성될 예정이며 여성파출소장도 등장했다.『여성계가 깜짝 놀랄정도로 여성을 등용하고 여성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천명한 바 있는 김영삼대통령은 최초의 여성대사의 기용도 지금 구상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과감한 여성등용이 최고통치권자의 열린 의식으로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제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것이 여성개발원 개원 10주년을 맞는 여성계의 바람이다.여성개발원은 현재 1국 4실로 구성된 설립당시의 조직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직원은 연구원 79명을 포함,모두 1백52명으로 설립당시 정해진 정원(1백64명)에도 못미치고 있는 상태여서 방대한 연구과제 수행에 지장이 있다.또 여성개발원 연구원들의 임금은 정부출연기관 평균임금의 70%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과감한 조직정비와 운영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해주어야 할 상급기관인 정무제2장관실도 허약하기 짝이 없다.여성정책 주관부서인 정무제2장관실은 총 인원 42명으로 각 부처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중 여성관련업무를 관계부처와 조정하는 기능만 갖고 있을뿐 정책집행기능은 갖지 못하고 있다.따라서 여성관련부서이면서도 여성에 관한 법도 못만들고 여성단체등록도 못받고 있으며 지원금도 직접 주지못한다.

이런 형편에서 몇사람의 「잘난 여성」이 남성일변도의 정치사회구조속에 끼어든다 해도 여성전반의 지위향상에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보다 근본적인 여성정책의 변화는 정무제2장관실 여성개발원등 여성정책기관의 기능강화에서 비롯돼야 한다.실질적인 힘을 갖는 여성정책기관이 탁아,노인·아동복지,남녀고용평등,평등교육,모자가정,윤락여성,가족법등 산적한 여성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그래야만 인구의 절반인 여성인력이 새 한국건설의 동반자로 발걸음을 맞출수 있을것이다.
1993-04-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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