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재창조”를 다짐하며/천정욱 농업기술연·병리학(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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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2-02 00:00
입력 1993-02-02 00:00
언제부터인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기 시작한,일을 열심히 할수록 손해를 보는듯한 부정적인 생각,스스로도 확연히 느낄 정도로 타성에 젖어버린 안일한 생활,연구 능력에 대한 개인적인 회의 등으로 최근에 직업전환까지도 생각하고 있던 내게 연휴중에 일어난 불상사는 오히려 내 생활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의식을 회복한 후에도 보름이 넘도록 심한 두통에 시달렸으나 정신적으로는 아주 많이 편안했다.사고능력의 마비나 죽음으로 이어질수도 있었던 그 순간에 내가 연구원임이 가장 먼저 뇌리를 스쳤다는 것.도저히 헤어날수 없을 같던 안일과 무력감 속에서도 내가 아직은 연구에의 정열과 연구원으로서의 생명력을 완전히 상실하지는 않았다는 것.어쩌면 새롭게 다시 시작해 볼수도 있다는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맘때면 매년 연례행사처럼 새해에 대한 기대와 다짐을 하곤 했다.하지만 이번 새해의 바람과 다짐은 그 어느 해보다 감회가 깊다.많이 젊었을 때는 모든 시작들이 한가닥 불안감은 내포하고 있었으나 빛나는 가능성으로 열려 있었다.그러나 연구원으로서는 어쩌면 마지막 한 장의 가능성만을 남겨놓고 있는 지금,타성과 무력감 속에서 적당히 양보하고 얻는 일상의 안일함을 인간적인 너그러움으로 미화하면서 연구원으로서 생명을 스스로 죽여가고 있던 나에게 이번 일은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그야말로 새로운 불빛아래서 삶을 재 창조 할수 있는 가슴 설레는 바람으로 새해를 맞는다.
1993-02-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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