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것/노영희 시인(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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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8-28 00:00
입력 1992-08-28 00:00
잘 아는 선배 한사람은 남에게 베푸는 것을 신조로 삼고 살아간다.복잡한 세상에 이분만 만나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잠시 인간사의 시름도 잊게 된다.

하루는 이분의 자비행이 하도 높아 보이길래 물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자주 모든이에게 베풀 수 있어요?』

『뭘요.베푸는 게 뭐 있나요.그냥 조금 나누는거죠』

『아니에요.보통 마음 씀씀이가 아니에요』

『어차피 죽을 때 갖고 갈게 아니잖아요.자꾸 나누다보니까 내 생활이 풍부해지더라고요』

『그래도 마음을 비운다는 건 쉽지 않죠』

『그렇죠.그래서 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하느님 거라고 생각하죠』

저마다 좀 더 가지려고 경쟁을 일삼는 요즘,이분의 삶은 맑은 별빛처럼 빛나 보였다.사실 남에게 베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마당에 자기것을 뚝 떼어서 남에게 나눠준다는 것은 철학이 없이는 불가능하다.완전히 주는 생활로 삶의 방식을 전환하지 않고는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도 한때는 이 나눔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서 훈련을했다.뭐든지 귀하게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기 시작했다.처음에 줄 때는 아까웠다.때론 다시 빼앗아 오고싶을 만큼 주는 일이 힘들었다.그러더니 점차 집착과 소유로부터 벗어나 맘이 편해졌다.

사실 준다는 것처럼 자기 아픔을 겪어야 되는 일은 없다.그러나 훗날 반복되는 그 행위가 인격을 성장시켰음을 알게 되었다.주려고 하는 사람은 일단 자기것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마음을 비워야 한다.그런데 어디 마음 비우기가 쉬운 일인가.그러니까 처음서부터 큰 것을 주려고 하면 어려우니까 작은 것부터 무조건 남에게 줘본다.그러다보면 아끼는 것도 주게 되었다.주는 훈련은 우리 인생의 가장 귀한 가치가 아닌가싶다.
1992-08-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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