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의 시베리아개발 유감(사설)
수정 1992-07-07 00:00
입력 1992-07-07 00:00
그러나 대우그룹의 김우중회장이 밝힌 이번 계획은 보다 구체성을 지니면서 파이프라인건설이외에 고속도로와 철도부설까지를 포함시키고 있다.우리는 이 계획을 접하면서 두가지 측면의 미묘한 견해를 갖는다.하나는 계획 자체가 갖는 의미이고 둘째는 이러한 대형사업이 특정재벌그룹에 의해 주도되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시베리아가스개발은 우리의 에너지원 다원화와 가스수요의 증가에 따라 필요한 사업일 수 있다.또 파이프라인이 북한을 경유하고 러시아·미국·일본 등 다수의 국가가 참여,북한과 함께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많은 긍정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김회장의 말을 빌리면 북한의 최고위층도 긍정적 시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계획은 우리의 경제적 필요성이외에 러시아와의 경협을강화한다는 것과 특히 북한의 협력을 얻어 추진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2백억달러(16조원)에 이르는 투자규모와 관련해서 경제적 타당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알수가 없다.
그러나 북한·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이나 장차 시베리아 자원개발과 관련해서 대단한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원래 해체된 구소련측은 2년전 현대측과 이미 가스개발을 위한 컨소시엄구성에 합의한 바 있고 러시아는 지금 이 문제를 젖혀둔채 일본과도 협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특히 북한측이 언제 이 문제에 대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러한 대규모 사업이 투자자금의 조달과 이 사업의 성패에 따라 국내외에 미칠 엄청난 파급영향을 고려한다면 특정기업집단이 아닌 정부가 주도되어 추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회장은 교섭에서부터 모든 부문을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 이면에 정부와 어떤 협의가 있는지는 우리로서는 아직 아는 바 없다.
그러나 정부관계부처는 김회장의 교섭배경과 경위,또는 그가 귀국해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과정을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면 이는 시베리아가스개발계획이 정부와 유기적인 관계에 의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수 있다.시베리아개발사업은 타당성조사에만 몇년이 걸리고 참여국들의 미묘한 정치변수로 성사자체가 불투명할 뿐 아니라 추진과정의 어려움이 허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기업의 속성상 정부에 앞서 사업진출을 검토할 수는 있다.그러나 김회장도 지적했듯이 사업의 중심은 정부가 되고 민간기업은 동참하는데 그쳐야 한다면 이번 김회장의 처신은 옳다고 봐줄 수가 없다.
기초적인 타당성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20∼30년이 걸려서야 성사될 수 있는 장기계획을 마치 자신이 주도하고 당장 가시적인 것인양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자칫 시베리아가스개발을 독식키 위한 행동으로 오해될 수도 있는 것이다.재벌그룹 회장의 위치라면 자신의 행동 하나 하나가 국가이익과 연결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992-07-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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