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판매조직」의 협박/박찬구 사회1부기자(현장)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2-04-04 00:00
입력 1992-04-04 00:00
◎“건드리면 다친다” 경찰·언론에 전화

『경찰이 왜 억지수사를 펴 깨끗한 우리를 범죄자로 몰아부치는가』

『사실과 다른 경찰수사를 그대로 보도한 언론은 책임지라』

최근 서울 강남경찰서가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산륭산업 대표 이광남씨(48)등 회사간부 6명에 대해 조세포탈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이 「증거를 보강한뒤 재지휘를 받으라」는 검찰의 지시와 함께 되돌려지자 경찰과 언론사에는 이같은 괴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자기 신원을 밝히지 않는 이 「전화부대」는 한결같이 검찰이 이씨 등을 풀어주도록 한 것이 무죄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일부는 『함부로 산륭을 건드리면 다친다』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산륭은 한 회원이 4명의 회원을 확보하도록 하는 피라미드식 방법으로 회원을 확장,1백만∼3백만원짜리 자기요를 파는 회사.

현재 연간 총매출액이 2천여억원,회원수는 수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88년 설립된 이후 갖가지 말썽이 잇따라 왔다.

당초 자유당정권때 「정치주먹」이었던 유지광씨(작고)가 일본 재팬라이프 회장 야마구치씨와 함께 설립하려 했으나 유씨가 갑자기 작고하는 바람에 유씨를 이은 전씨름협회 부회장 최창식씨(53·폭력죄로 복역중 집행정지로 병원이송)가 야마구치씨와 손잡고 설립했으며 지난해 최씨가 수감된 뒤에는 이른바 「세일즈맨 출신」이라는 현재의 이사장이 운영을 맡게 되는등 우여곡절을 겪어온 정체불명의 회사.

경찰이 이처럼 복잡한 과거를 지닌 산륭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은 지난 1월초.

「산륭이 2백70만원짜리 자기요를 한개 구입하면 회원으로 등록,한달에 5천만원이상 벌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꾀어 회원으로 가입했더니 1천만원어치 이상을 팔아야 이익금을 줄 수 있다고 말을 변경,손해를 입었다」는 피해 진정서와 고소장이 수십장 접수됐기 때문이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수많은 피해자들을 점조직으로 구성,판매망을 넓혀 폭리를 취하는 영업방식을 확인하고는 이씨 등을 연행,구속영장을 신청했던 것.

한 경찰관은 『일단 산륭의 범법사실을 완벽하게 구증하지 못한 점에서는 경찰의 실책이라고 할 수 있으나 산륭이서장실에까지 항의전화를 할 만큼 건전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갖가지 방법으로 판매실적을 올린 청년들은 뚜렷이 하는 일도 없이 그랜저등 고급승용차를 몰고다니는가 하면 피해를 당한 사람이 속출하는 이중성을 가진 회사는 정상에서 벗어난 것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1992-04-04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