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입니다/정희경 계원예고 교장(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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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2-02-20 00:00
입력 1992-02-20 00:00
한평생을 이런저런 모습의 훈장노릇만 해온 터에 정치에 관하여 무슨 할 말이 있으련만,딴에는 정치세계속에 떠밀려 들어가서 그 속에서 눈여겨보며 배우며 부대끼면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터라서 14대총선을 앞둔 요즈음 세태를 무심상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그 기회라는 게 내 평생에서 가장 큰 실수며 실패의 경험이었다 할 만한 13대 국회의원 입후보였으니 배움이나 느껴움을 위한 대가치고는 물심양면으로 호되게 비싼 대가를 치른 학습이었다.그제나 이제나 분명히 할 수 있는 얘기는 한국정치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얘기인데,지난 4년동안의 국회나 정치언저리 사연이나,어렵사리 실현한 지방자치제의 운영이 조금도 나아지기는 고사하고 날이 갈수록 더 그르쳐지는 것같아 한심하다.더구나 새롭게 구성될 국회를 위한 총선을 둘러싼 요즈음의 정치세계는 한심스러운 정도를 지나 절망을 안겨주는 데야 어쩌랴.모든 정치가들은 지금 무대 뒤에서 한참 연기중인데 이 연기자들이 관객을 전혀 의식하고 있는 것같지 않다.국민들은 하다못해 관객,구경꾼정도라도 인정한다면 그 무대 위에서의 연기가 이토록 파렴치하고 무감각하고 안하무인일 수야 없지 않을까 싶다.언필칭 국민을 「대표」하며 국민을 「섬기며」 국민을 「위한다」고 외쳐대지만 그런 말이 실감나기는 고사하고 차마 스스로 부끄러워 신문읽기가 무서운 데야 어찌하랴.정치는 우리나라만 하는 게 아니고 선거도 그러한 터에 바로 이웃나라 일본이나 대만을 보거나,먼 나라 미국을 보더라도 정치가라는 연기자들이 우리나라처럼 관객 알기를 우습게 아는 경우란 상상조차 할 수 없다.지도자는 고사하고 못난 필부도 그럴 수는 없는 짓거리들이 이렇듯 태연하게 저질러지고 있는 이 선거철에 그저 관객들은 『큰 일입니다』『큰 일 났습니다』라는 한탄성만 내지르고 있다.의리도 신의도 저버리고 청렴도 정직도 염치도 내던져 버린 이 슬픈 계절이 어떻게나 매듭지어져 나갈지 또 슬픈 관객의 하루가 지나간다.관객이여 깨어나라.
1992-02-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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