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예산심의/김경홍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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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1-07-20 00:00
입력 1991-07-20 00:00
국회예결위에서 여러차례 예산심의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몇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야당은 한결같이 정부예산의 불요불급한 항목을 지적하면서 예산안의 많은 부분이 정부여당의 선거용선심사업으로서 물가불안과 인플레를 유발시킨다고 공격한다.또한 정책질의시간을 늘려 고의로 의사진행을 지연시키거나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일제히 퇴장해 버린다.

여당은 야당을 되도록 자극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맞대응해가며 예산심의기간이 촉박하니 빨리 심의절차를 진행시키자고 조른다.여야예결위원들이 격론을 벌이거나 대부분의 심의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정치적 사안이거나 당 또는 개인의 지역사업과 관련한 부분이다.정작 국가적인 차원의 대규모 예산을 공들여 심의하는 시간은 불과 얼마되지 않는다.이런 과정을 거쳐 상정된 예산안이 적당한 규모로 삭감되고 그대신 지역구 사업항목이 여러군데 추가된 예산안이 통과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제2차 추경예산안심의도 시작부터 이같은 전례에서 크게 벗어나지않고 있다.예결위가 늦게 구성된 것이나 정책질의 과정에서의 행태도 예전과 별반 다름없다.

19일상오 첫날 정책질의를 벌인 전체회의 벽두 신민당의 강금식의원은 1시간이나 장광설을 늘어놓아 김용태위원장으로부터 『심의시간이 촉박하니 다음번 질의자들은 발언시간을 줄여달라』는 지적을 받았다.두번째 질의자인 민자당의 이웅희의원은 『정책질의가 이렇게 빨리 시작될지 몰랐다.따라서 10분간만 즉흥적인 질의를 하겠다』며 예결위원으로서 무관심을 드러내는 상식밖의 서두를 꺼냈다.

국회의 예산심의권은 국회의 가장 큰 권리이자 의무임은 국민학생들도 다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이 중요한 국회의 권리를 행사하는 의원들의 관심이 국민의 세금을 정부가 어떤 목적에,어떤 시기에,얼마만큼 쓰여지는가에 쏠려있는것이 아니라 어떻게하면 자기 정파나 개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될것인가에 더 쏠려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수 없다.

여야는 추경안심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정부예산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신민당의 정책사업인 전북지역 새만금간척사업비 2백억원을 추가키로 막후에서 합의했다.새만금간척사업은 정부의 몇년째 장기계속사업이며 추경에 긴급히 추가되어야할 항목이 아니라는 지적들도 많다.예산안의 문제점은 얼렁뚱땅 넘어가면서 정파의 이해를 예산과 결부시켜 막후에서 해결하는 행태는 이제 지양되어야 할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991-07-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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