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김영욱(29·ADP엔지니어링) 이경아(29·LG칼텍스 정유)
수정 2005-03-10 00:00
입력 2005-03-10 00:00
나는 사람들을 참 좋아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회사 끝나고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늦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마 남자친구와 사귄 후 처음으로 늦게 집에 들어간 날짜가 바뀌었을 거에요. 화난 남자친구가 건네는 전화 속 한마디는 “앞으로 너 늦게 오는 거 신경쓰지 말까.” 하는 거에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나서 건네는 그 말이 참 따뜻하게 들리더군요.
만남이 4년째 되는 얼마 전 팀 회식 때문에 또 늦었습니다. 내 남자친구가 다음 날 전화 통화에서 “몇 시에 들어왔어” “어… 1시 반에 집에 왔어….” “에이, 왜 그래…. 아는데 좀 더 쓰지.” 그러는 거에요. 더 늦게 온 거 아는데 왜 줄여 말하냐는 거지요. 둘 사이는 남들이 보면 시시콜콜한 것같지만 재미있지 않아요.
그런 반복되는 NG(?)속에 소중하게 지켜온 4년입니다. 우린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자, 진실한 친구, 성실한 조언자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결혼….’이젠 주위 사람들로부터 너무나 당연한 안부인사가 되었습니다. 해마다 “내년 가을에 할 거에요.”라는 대답을 했더니 이젠 모두 믿지도 않더라구요. 올 가을엔 정말로 합니다. 단, 제 소원대로 차 트렁크에 푸우 인형을 잔뜩 넣어서 프러포즈를 하면 말이죠.
남자 친구가 회사 다니는 동안 공부를 해서 연애 기간동안 많은 추억을 만들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서, 결혼하고 나면 ‘추억 만들기 프로젝트’를 짜려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마음의 여유가 보이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함께 꾸리려 하는 결혼 이후의 ‘시간’이 그런 모습이었으면 합니다. 또한, 서로에게 남자친구, 여자친구로서의 설렘과 존중하는 마음을 항상 간직할 수 있는 사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005-03-10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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