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영의 DVD레서피] 연애란 마치 스파게티 같‘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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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8-04 00:00
입력 2005-08-04 00:00
1950년대 제작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레이디 앤 트램프’는 스파게티를 나눠먹는 두 마리의 강아지 이미지로 유명하다. 면 한 가닥을 문 연인이 자연스럽게 첫 키스에 이르는 시퀀스는 사랑을 감미롭게 표현하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아직까지도 응용되고 있다. 스파게티 면처럼 연애도 적당한 탄력을 유지하는 중요하다. 덜 삶아지면 끈기 없이 뚝뚝 끊어지고 너무 익으면 퍼져서 쫄깃한 질감이 사라져 버린다. 단면에 샤프심 굵기의 심이 있고 벽에 던졌을 때 미끄러지지 않는 알덴테 상태를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댄서의 순정’과 ‘연애술사’는 파스타 같은 영리한 긴장감이 없다.‘댄서의 순정’에서 문근영은 다 큰 처자의 몸에 초등생 소녀의 영혼을 담은 ‘어린신부’를 반복한다. 그러나 국민 여동생의 착하고 천진난만함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지난해 ‘어린신부’ DVD 품귀현상에 이어 ‘댄서의 순정’ DVD도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연애술사’는 사랑의 설렘은커녕 퍼지고 형편없이 뭉개진 지점에서 시작된다. 모텔의 몰래카메라에 찍힌 과거의 연인이 다시 만나 의기투합하는 내용이다 보니 새치름한 맛은 없다.‘연애의 목적’처럼 위기일발의 상황이지만 심각한 고민에 빠지지 않으며 대신 매직 쇼 같은 팬터지와 우연으로 해피엔딩을 도출해 낸다.

댄서의 순정

‘문근영을 위한 DVD’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열아홉 국민 여동생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고군분투하는 댄스 연습과정과 미소와 진지함을 잃지 않는 현장 모습, 극장 상영 장면보다 약간 수위가 높은 러브 신 삭제장면도 만날 수 있다. 박영훈 감독, 박건형, 문근영이 함께 진행한 음성해설은 현장의 분위기를 짐작하는데 도움을 준다.

댄스영화라고는 해도 드라마의 성격이 강해 사운드나 화질의 장점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 편이다. 용이 감독이 연출한 예고편과 메이킹 필름 제작과정도 흥미롭다.

연애술사

로맨틱 마술의 일인자로 불리는 데이비드 카퍼필드처럼 연정훈도 수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훔치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단지 어느 순간 자신이 갖고 있던 진심도 마술처럼 사라져버렸다는 게 문제다. 포르노, 모텔, 몰래카메라 등 강도높은 소재들과 달리 영화는 순진무구하고,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쇼와 뻔한 해피 엔딩은 의외성을 추구하는 마술이라는 소재와 걸맞지 않아 아쉽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비교적 꼼꼼하게 기록한 제작일지와 메이킹 필름,NG 장면 등을 볼 수 있다. 천세환 감독, 연정훈, 촬영감독이 참여한 코멘터리는 제작현장만큼이나 화기애애하고 시끌벅적하다.

DVD칼럼니스트 mlue@naver.com

2005-08-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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