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모양’ 전곡선사박물관 첫삽 뜬다
수정 2009-03-21 00:52
입력 2009-03-21 00:00
김원룡 당시 서울대 박물관장은 이 구석기를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로 감정했고, 구석기형태학의 대가인 프랑스의 프랑수아 보르드가 다시 확인한 것이다. 모비우스가 동아시아에는 없다고 했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이후 한반도 거의 전역과 중국에서도 발견됐다.
경기문화재단 제공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 2010년 개관
전곡리에서는 1979년 제1차 조사 이후 2009년 현재까지 13차례 정식발굴이 이루어졌다. 소규모 조사까지 포함한다면 전체 조사는 20차례를 넘어선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포함하여 출토된 5000점의 구석기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서울대, 한양대 등이 보관하고 있다. 전곡리 유적은 이처럼 세계 선사문화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고, 한국의 구석기 고고학이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 구석기 고고학의 성지(聖地)라고 할 수 있는 전곡리 선사유적지에 마침내 위상에 걸맞은 박물관이 들어선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이곳에 전곡선사박물관을 세우기로 하고 23일 기공식을 갖는 것. 7만 2599㎡의 부지에 5000㎡의 연면적을 가진 지하 1층, 지상 2층의 선사박물관은 모두 554억 9300만원을 들여 지은 뒤 2010년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박물관 건물은 전곡리 선사유적지로 들어가는 입구의 역할을 겸하도록 설계됐다. 2006년 선사박물관 국제현상설계 공모에서 선정된 프랑스 건축가 니콜라 데마르지에르의 작품을 바탕으로 프랑스의 X-tu사와 서울건축이 공동으로 설계했다. 커다란 용(龍)이 길게 누워 있는 모습이다. 내부는 출토된 석기를 중심으로 추가령지구대의 자연사, 인류의 진화과정을 보여 주는 인골화석, 환경에 적응하는 인류와 동물, 동굴벽화 재현 등의 주제로 구성되는 상설전시관과 다양한 고고학 연구방법을 체험할 수 있는 고고학 체험교실, 선사레스토랑 등으로 꾸며진다. 지하에는 200명 남짓 들어갈 수 다목적홀과 기획전시실이 들어서 복합적인 문화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고고학 체험교실·선사레스토랑 등 갖춰
특히 닫힌 박물관이 아니라 75만㎡에 이르는 사적 제268호 전곡리 선사유적을 이용한 다양한 고고학 체험이 가능한, 열린 박물관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어린이는 물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고고학 체험교실에서는 사냥, 토기만들기, 석기만들기, 불피우기, 가죽옷만들기, 장신구만들기, 원시요리법, 골각기만들기, 벽화재현, 발굴체험, 유적답사, 교양강좌 등이 이루어진다.
전곡리 선사유적 발굴을 주도한 배기동 한양대 교수는 “전곡리가 가진 고고학적 의미에 더하여 건축적으로도 특별한 선사박물관은 세계 유적 박물관 가운데서도 기념비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면서 “한번 둘러보고 가는 박물관이 아니라 한탄강 일대에 들어서고 있는 문화시설과 연계한 에듀테인먼트센터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키워 나겠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09-03-2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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